수십 년간 얽혀 온 북핵 문제의 드라마틱한 해결에 대한 기대를 키워왔던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현 시점에서 회담이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당신의 발언에서 보인 엄청난 분노와 공공연한 적대감에 근거해볼 때, 슬프게도 오랫동안 준비해 온 이번 회담이 열리기엔 부적절한 시기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바로 하루 전인 23일에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여전히 있는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갑작스레 전해진 정상회담 취소 소식은 북핵 비핵화 타결을 기대하고 동북아 평화를 갈망했던 모든 이들에게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을 분석해보면 미국은 16일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을 돌연 무산시키면서부터 한미 양국에 대해 비난을 퍼부어온 행태에 비춰 북한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에 응할 의지가 아직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회담 취소의 주된 원인은 갑작스레 남북 고위급 회담을 무산시키고 한미 양국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나선 북한이 제공했다. 더 근본적으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두 차례 김정은 면담에서 북한이 비핵화 시그널을 보내놓고도 그 후 그 진정성을 담보할 행동을 전혀 보이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최근 행태들은 김정은이 여전히 낡은 전술적 발상을 벗지 못한 채 새로운 미래를 향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던 게 사실이다. 비핵화 의지 표명 이후 첫 실행 조치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북한의 약속과 달리 외부 전문가는 배제된 채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진행됐다. 16일 김계관 외무성 부상에 이어 최선희 부상도 어제 “미국이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조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다만 어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회담의 재추진 가능성을 분명하게 열어놓았다. 그는 “나는 당신과 만나기를 기대한다”며 “당신이 마음을 바꾼다면, 우리에게 전화를 걸거나 편지를 쓰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했다. 이제 김정은이 더 이상 벼랑 끝 전술에 기대지 말고 새로운 발상으로 미래를 위해 결단을 해야 할 시기가 됐다. 그가 비핵화의 대가로 요구했다는 반대급부들, 즉 경제적 지원과 세계로부터의 체제 안전 보장과 평화협정은 꼼수 없이 완전한 비핵화를 신속히 완료하면 북한의 새로운 현실이 될 수 있다. 핵을 움켜쥔 채 제재 속에서 고립된 채로는 경제는 물론 자신의 미래도 없음을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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