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전 65년, 섣부른 終戰선언을 경계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7일 00시 00분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 유엔군과 북한군 수석대표는 판문점에서 3년 넘게 이어진 6·25전쟁을 중단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그리고 12시간 뒤 38선에선 총과 대포 소리가 그쳤다. 이렇게 전쟁은 멈췄지만 국제법적으론 여전히 전쟁 상태인 정전체제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올 초 시작된 정세 변화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높은 가운데 오늘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았다.

북한은 오늘 6·25 참전 미군 전사자들의 유해를 미국 측에 넘겨줄 것으로 보인다. 유해 송환이 실제 이뤄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최근 북한이 판문점에 한 달 넘게 보관돼 있던 나무상자를 수령한 만큼 자신들이 ‘전승기념일’로 경축하는 날에 맞춰 미군 유해를 송환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요구해온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의 당위성을 선전하며 미국을 압박하는 이벤트로 삼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정작 정전체제에 마침표를 찍을 핵심 의제인 비핵화 협상에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5일 상원 청문회에서 “가야 할 길이 굉장히 멀다”고 토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1년 1월 이전까지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는 게 목표라고 밝혔지만, 북-미 간에는 비핵화를 위한 어떤 목표나 여정에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3개월 전 남북 정상은 판문점에서 만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다짐했다. 65년 전 정전협정이 체결된 바로 그곳에서다. 또 지난달엔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로서 적대관계에 있던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포괄적 합의를 이뤄냈다. 하지만 북-미 간 후속 비핵화 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대화의 열기는 금세 식어버렸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도 다시 갈림길에 선 듯한 형국이다.

교착 상태를 타개할 돌파구로서 종전선언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비핵화와 평화 구축의 출발점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중간 과정으로서 종전선언의 조기 성사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 없이 법적 효력도 없는 정치적 선언이 한반도 정전체제를 대체할 수는 없다.

정전체제 65년은 남북 분단을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는 버팀목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정전체제도 궁극적으로 평화체제로의 전환 같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견고한 정전체제를 이완시켜 안보 불안을 낳는 결과를 가져와선 안 된다. 국방부가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 철수 같은 조치를 서두르는 것에 국민이 불안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전협정#65주년#비핵화 협상#종전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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