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6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임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4대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 등 경제인이 포함된 수행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다. 비핵화 협상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회담을 본격적인 남북 협력 확대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
○ 4대 그룹 등 경제인, 北 경협총괄 부총리와 면담
이날 발표된 방북 수행원 중 특별수행원은 기업인 17명을 포함한 52명이다. 이는 2000년 정상회담 당시 특별수행원 24명은 물론이고 2007년 49명보다 늘어난 규모다. 이번 방북단 전체 규모는 210명 수준으로 2000년, 2007년 당시 300명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회담 지원 인력을 줄이는 대신 남북 협력을 위한 분야별 특별수행원 규모를 키운 셈이다. 청와대는 방북 초청을 거절한 국회의장단과 정당 대표 대신 경제인과 사회단체 특별수행원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제인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4대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가 포함됐다. 최 회장은 4대 그룹 총수로는 유일하게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로 정상회담에 동행한다. 이 부회장은 삼성 총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방북길에 오른다. 앞서 두 차례 정상회담 때는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평양에 갔다. 41세인 구 회장은 6월 총수에 오른 뒤 사실상 첫 대외 행보가 평양행이 됐다. 현대자동차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 부회장이 미국의 자동차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과 면담이 예정돼 있어 김 부회장이 대신 방북하기로 했다.
재판 중인 이 부회장의 방북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에선 ‘삼성 면죄부’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임 실장은 “재판은 재판, 일은 일이다”라고 못을 박았다. 남북 협력 확대에 삼성 등 4대 그룹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북한은 그동안 여러 채널을 통해 방북단에 직접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주요 그룹 총수의 참석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등 경제인들은 북한 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리룡남 내각 부총리와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4대 그룹은 구체적인 경협 계획을 거론할 때는 아니라면서도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삼성은 1990년대 말에도 그룹 차원에서 남북경협사무국을 운영하며 삼성물산(수산물 가공)과 삼성엔지니어링(기계 생산) 삼성전자(TV 생산) 등을 통해 사업 협력 방안을 타진한 바 있다. 현대차 측은 남북 경협과 관련해 제철과 건설, 전동차 계열사들의 역할에 기대하고 있다.
○ 관광 IT 남북 경제특구 논의 가능성도
이날 발표된 방북 경제인 명단에는 청와대가 구상하고 있는 남북 경협의 우선순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4월 판문점 정상회담 때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담은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직접 건넨 바 있다.
특히 청와대는 철도 도로 연결과 함께 관광, 전력 분야에서 경협 수요가 크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 공동본부장이기도 한 다음 창업주 이재웅 쏘카 대표와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등이 방북단에 포함된 것도 관심이다.
일각에선 개성공단과 연계된 정보기술(IT)산업특구, 원산갈마 해상 관광단지 및 금강산 관광단지와 연계된 관광특구 개발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공식수행원 중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빠지는 대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현철 대통령경제보좌관이 포함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동산 대책 등 국내 현안이 많은 만큼 김 부총리 등은 국내에 남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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