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 보도, ‘빛나는 조국’ 언급 없어
내용은 대동소이…文정치적 부담 고려한 듯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집단체조 관람 소식을 전하면서 공연을 ‘빛나는 조국’으로 명명하지 않았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19일 5월1일 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을 관람하셨다”고 20일 보도했다.
통신은 1900여자 분량으로 비교적 상세히 관람 소식을 전했지만 ‘빛나는 조국’이란 표현은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빛나는 조국’은 북한이 정권 수립(9·9절)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5년 만에 재개한 대집단체조·예술공연으로, 최대 10만명 이상이 참여해 기네스북에 등재됐던 ‘아리랑 축전’의 후신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빛나는 조국’은 새 조국건설시기로부터 시작해 공화국이 걸어온 70년의 빛나는 역사를 다양한 예술형식에 담아 (펼쳐 보일 것)”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북한 국가관광총국의 공식 홈페이지 ‘조선관광’은 지난 9일부터 다음 달 10일(쌍십절·노동당 창건 기념일)까지 빛나는 조국 공연을 진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문 대통령이 19일 관람한 대집단체조 예술공연도 기본적으로 ‘빛나는 조국’에 해당한다. 공연의 트레이드마크인, 빛나는 조국 문구를 형상화하는 드론쇼가 펼쳐지기도 했다.
다만 북측은 문 대통령을 위해 내용 일부를 각색하는 동시에 공연을 ‘빛나는 조국’이라고 부르는 것을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 측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한 것으로 안다”며 “전체적인 틀은 빛나는 조국이라고 알고 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을 환영하는 의미의 내용들이 들어가 있어서 제목이 바뀔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일정 중 ‘빛나는 조국’의 전신인 ‘아리랑 축전’을 관람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북한이 체제를 선전하는 자리에 우리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취지에서다.
‘빛나는 조국’은 ‘아리랑 축전’과 달리 핵·미사일 위협이나 대미(對美)비난이 빠지고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 등의 주제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일각에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남북이 모두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빛나는 조국’ 공연에는 원래부터 4·27 남북정상회담 관련 영상과 ‘4·27 선언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문구 등이 포함돼 눈길을 끈 바 있는데, 문 대통령이 관람한 19일 공연엔 남측과 관련된 내용이 한층 도드라졌다.
혼성 중찬단이 ‘울 밑에 선 봉선화야’ ‘고향의 봄’ ‘찔레꽃’ ‘나그네 설움’ ‘홍도야 우지마라’ 등 한국가요를 불렀고 행선지를 ‘평양-무산’으로 쓴 열차 그림이 등장하기도 했다.
카드세션으로 ‘해솟는 백두산은 내 조국입니다’는 문구가 연출될 땐 4·27 판문점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에서 악수하는 사진, 5·26 남북정상회담 기념사진 등이 배경으로 등장했는데 이때 관객들 함성이 가장 컸다.
과거 노 전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없이 단독으로 ‘아리랑 축전’을 관람했는데 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와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문 대통령은 공연이 끝난 뒤 김 위원장의 소개를 받아 15만명 관중들에게 약 7분 동안 인사말을 건네기도 했다. 관객들은 연설을 들으며 총 12차례 박수를 보냈다.
김 위원장은 “오늘의 이 순간 역시 역사는 훌륭한 화폭으로 길이 전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 달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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