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문 대통령의 소탈한 성품이 그대로 묻어나는 행보였으며 이는 문 대통령의 말을 잊지 않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18일 오전 10시9분쯤 공군 1호기에서 내려 북녘땅을 밟았다.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는 공항에서 박수로 영접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 5·26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작별의 인사를 했던 것과 같이 세 번의 포옹으로 환영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한 뒤 단상에서 내려와 환영하는 평양 시민 1000여명과 인사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행사가 끝난 뒤 주민들을 향해 90도로 인사한 뒤 차량에 탑승했다. 1인 체제에 익숙한 북한 주민들에게는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공항에서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하면서 평양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펼쳤다. 공항에서는 각각 다른 차량에 탔던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카퍼레이드를 위해 오픈카로 갈아탔다. 문 대통령은 길가에 도열해 한반도기와 인공기, 꽃을 흔들며 열렬히 환영하는 북한 주민들을 향해 연신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김 위원장 역시 북한을 방문한 ‘손님’을 최고의 예우와 극진한 대접으로 환영했다. 공항에서 북한 인민군은 21발의 예포를 발사하며 공식 의전에서 최고의 예우를 보였다. 또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방북 당시의 카퍼레이드와 달리,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직접 오픈카에 동승한 것 역시 파격 환대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둘째날인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후 본격적으로 북한의 일상 속으로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평양대동강수산물식당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해외 순방 시 현지 주민들이 자주 가는 식당을 가는 ‘식당외교’를 선보이는데, 이번 평양 방문에도 가능하도록 북측에 사전 부탁을 했다.
‘초밥식사실’과 ‘서양료리식사실’에서 식사 중인 북한 주민들과 악수를 하고,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다. 문 대통령은 “음식 맛있습니까? 우리도 맛 보러 왔습니다”라고 말했고,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이제 그만 가십시다”라고 말하며 옷깃을 잡아 이동하다가도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는 “좋은 시간 되십시오”라고 말을 건넸다.
이날 만찬 자리는 문 대통령이 경제인 특별수행원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는데 김 위원장이 뒤늦게 참석 의사를 밝히면서 양 정상 내외의 2번째 만찬이 가능했다.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오늘 내가 너무 시간을 많이 뺏는 것 아닙니까. 먼저 와서 둘러봤습니다”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만찬 후 양 정상 내외는 오후 9시부터 평양시 중구역 능라도 소재 북한 최대 규모의 종합체육경기장인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예술공연인 ‘빛나는 조국’을 관람했다.
문 대통령은 공연 후 15만명의 북한 시민 앞에서 7분여 동안 연설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와 무력 충돌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합의했다”며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에게 문 대통령을 소개하며 “이 순간 역시 역사는 훌륭한 화폭으로 길이 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은 문 대통령의 인사말 중 12번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며 화답했다.
마지막날인 20일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문 대통령은 백두산을 방문했다. 평소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것이 오랜 꿈’이라고 말한 문 대통령의 소원이 마침내 이뤄진 것이다.
김 위원장 내외는 삼지연공항에서 문 대통령 내외를 맞이했다. 양 정상 내외는 화기애애하게 기념 사진을 찍었고, 천지로 내려가는 케이블카에는 양 정상 내외가 함께 탑승했다.
문 대통령은 “천지에 내려가겠느냐”는 김 위원장의 제안에 “예. 천지가 나무라지만 않는다면 손이라도 담가보고 싶다”고 말할 만큼 한껏 고무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 내외는 천지 물을 물병에 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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