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붙여 만드는 ‘손가락 하트’에 관심을 보인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공식수행원으로 방북했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오전 춘추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2박3일간의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후일담을 전했다.
◇김정은 “이게 나는 모양이 안나옵네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방북 마지막날인 20일 백두산을 올랐다. 당시 특별수행단의 요청으로 김 위원장은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하고, 리설주 여사는 오른쪽 손으로 하트를 만든 뒤 왼쪽 손으로 받치는 모양을 만들고 사진을 촬영했다.
김 위원장은 사진을 찍고 나서 김 대변인에게 “(하트) 이거 어떻게 하는 겁니까”라고 물었고, 김 대변인은 하트 만드는 법을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를 이해하지 못했는지 “이게 나는 모양이 안나옵네다”라고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 장면을 지켜본 특별수행원 일원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 장면을 남측 사람들이 보면 놀라워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다만 현재까지 공개된 사진 중에는 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김영철 “양 정상, 백두산 신령께 조국 미래 기원하는 의미”
김 대변인은 백두산 장군봉에서 천지로 이동할 당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노광철 인민무력상하고 케이블카를 함께 탔다고 밝혔다.
이때 김 부위원장은 “최근 천지에서 대형 제삿상이 발견이 됐다. 옛날에 왕들이 나라의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빌 때 사용하던 제삿상이다. 그니까 예전부터 천지에 올라와서 제사를 지냈던 증거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두분 정상도 같이 올라오셨으니 백두산 신령께 조국의 미래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북한의 유명한 시인인 조길천의 장편서사시 백두산을 한 수 쭉 읊어주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특별수행원인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는 두 번째 케이블카로 천지에 도착했다. 그는 천지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이걸 마시러 왔다”라며 두 손으로 천지 물을 떠서 마셨다.
옆에 있던 백낙청 교수는 “두 정상이 위대한 일을 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하나도 위반하지 않으면서 이 많은 일을 해내셨다”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박지원 “진도가 제 고향입니다”
세 번째 케이블카를 타고 천지로 이동하던 가수 알리, 박지원·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 등은 중간에서 양 정상 내외와 마주쳤다. 이 자리에서 가수 알리는 진도 아리랑을 불렀다.
김정숙 여사와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우리측 관계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도 미소를 띈 채 알리의 노래를 감상했다.
알리의 노래가 끝나자 양 정상을 비롯한 일동은 일제히 박수 세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알리에게 악수를 건네고 등을 다독이기도 했다. 이때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진도가 제 고향입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리설주 “도보다리, 그때 너무 멋있었습니다”
양 정상은 백두산 일정을 마친 후 삼지연으로 내려왔다. 북측은 삼지연초대소 안에도 식당이 있지만, 연못가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일부러 잔디밭에 천막을 치고 오찬을 대접했다. 북측은 “여기가 하늘 아래 첫 동네”라며 “다 백두산 근처에서 나오는 음식”이라고 소개하며 산나물, 산천어 등의 메뉴를 내놓았다.
이때 양 정상은 단둘이 삼지연다리를 건너며 산책을 했다. 리 여사는 이 모습을 보다가 “아, 도보다리 걸어가실 때 모습이 연상이 됩니다. 그때 너무 멋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김 대변인은 삼지연 오찬 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이 김 위원장에게 작별의 술잔을 건넸다고도 전했다.
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술을 잘 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여러 사람이 술을 제안했을 때 어떻게 드셨나’라는 질문에 “그때그때 좀 달랐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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