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美 향해 “정상국가 대우해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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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비핵화 줄다리기 본격 시작
김정은, 대북특사단 면담서 직접 언급… 트럼프 “남북 발표 매우 긍정적”
정의용 北메시지 들고 8일 방미

북한 김정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우리 측 대북 특사단에 “(미국은 북한을) 정상 국가로 대우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의해 지정된 테러지원국 꼬리표를 떼고, 보편적 국가이자 대화 상대로 대우해주길 바란다는 것. 더 나아가 대북제재 완화 및 해소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북-미 대화 성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일 “김정은이 특사단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 북-미 대화 등과 관련해 다른 요구 사항을 제시하지 않고 북한을 ‘정상 국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이 압박을 풀면 북한 역시 비핵화 문제를 풀어갈 생각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은 이번 회동에서 별다른 (주고받는 식의) 계산을 안 한 것 같다. 했다면 아주 큰 차원의 계산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강조했다는 ‘정상 국가(normal state)’는 국제법과 국제 규범 등을 지키는 일반적인 국가를 의미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이 정상 국가를 꺼낸 건 미국에 ‘제재 대상이 아닌 국제사회의 동등한 일원으로 대우해 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정상 국가화는 제재 완화와 경제 정상화, 궁극적으로는 체제 보장까지 다 담긴 흐름”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대화 국면 동안 핵·미사일 도발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도 ‘불량 국가’가 아닌 정상 국가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박 4일(기내 1박) 일정으로 8일 미국을 방문하는 정 실장이 미국에 전달할 김정은의 메시지에도 정상 국가와 관련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4월 말 3차 남북 정상회담 전까지 북-미 간 어떠한 형태의 접촉이라도 성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백악관은 북한의 비핵화 대화 의지를 긍정 평가하면서도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대북 압박을 거두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긍정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두고 볼 것이다. 한국과 북한에서 나온 발표들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백악관은 이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 명의의 성명을 내고 “미국은 협상 결과와 상관없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할 때까지 최대한 압박을 가하는 데 전념할 것이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밝혔다. 대화 기조는 환영하지만 김정은이 구체적인 비핵화 의지를 밝히지 않거나, 국면 전환을 위해 기습 도발 등을 할 경우 언제든 군사 옵션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김정은#북미#비핵화#대북특사단#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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