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솔직-대담… 정상회담 장소 평화의집 직접 선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8일 03시 00분


특사단의 방북 뒷얘기
“김정은, 합의 6개항 모두 먼저 의견 제시”

“생각보다 솔직하고 대담하다.”

1박 2일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6일 귀환한 대북 특별사절단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첫인상을 대부분 이렇게 평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특사단이 김 위원장의 스타일이 솔직하고 대담하다고 평가했고 대부분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을 담은 6개항의 남북 공동 언론발표문에 대해 “합의 내용은 방북 첫날 시작된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거의 다 나왔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정은은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비핵화에 대해 언급하자 “걱정하지 말라. 나는 이렇게 하려고 한다”며 남북 합의 6개항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먼저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큰 틀의 방향만 제시하고 참모진에 실무협의를 맡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주요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내놨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핵무기는 물론이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한다는 합의 내용은 우리 측이 아니라 김 위원장이 먼저 얘기를 꺼낸 것”이라며 “공개된 합의 내용 대부분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적어도 이번 특사단과의 면담에선 모든 걸 직접 챙기는 ‘만기친람형’ 리더십을 보였다는 얘기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박학다식하다는 평가도 나왔다”고 전했다. 3차 남북 정상회담 장소가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으로 선정된 것 역시 면담에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서울, 평양 가운데 김정은이 직접 선택한 것이다.

5일 노동당사 본관에서 열린 김정은과 특사단의 면담과 만찬이 예상보다 길어진 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챙기는 김정은의 스타일이 반영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이날 오후 6시부터 1시간 반가량 특사단과 사전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만찬이나 오찬을 앞둔 정상 면담은 30분가량 진행된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까지 이틀에 걸쳐 김정은과 특사단의 접견 및 만찬 영상을 네 차례 재방송했다. 노동신문은 6일자로 1, 2면에 걸쳐 면담 결과를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비핵화 의지 표명 등 청와대가 발표한 구체적인 남북 합의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정은#대북 특사단#남북 정상회담#평화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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