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공개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가진 한미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북미 중재역에 본격 나서는 분위기다. 이로써 조만간 대북특사 파견이 이뤄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한미정상회담과 지난 12일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이제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형편이 되는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과 북이 마주앉아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된 결실을 맺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 논의를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수보회의 발언은 사실상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형식’을 띤 것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서두에 한미정상회담에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적시한 후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 대해 평가했는데 북미정상 모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구축, 북미 대화 재개에 의지를 갖고 있다는 부분이 공통적이다.
이는 중재역을 자임하는 문 대통령의 통상적 발언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한미정상회담 직후’라는 시기를 따져봤을 때 문 대통령이 북측을 향해 ‘북미정상의 접점이 유효한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는 안심하고 나와 만나보자(4차 남북정상회담)’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도 풀이가 가능해보인다.
이에 따라 대북특사 파견에 대한 기대감 또한 점차 커지는 가운데 당일 수보회의에선 대북특사 파견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앞서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우리를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고 했던 만큼 김 위원장이 우리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이) 단어 하나하나에 관심을 갖고 계시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큰 틀에서 한반도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거기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게 저희의 숙제가 아닌가 싶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 또한 이날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 대한 분석자료를 통해 김 위원장이 우리 정부의 ‘비핵화 협상 중재자’ 역할에 대해 비난성 메시지를 밝히기는 했지만, 특사 파견이나 남북정상회담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더군다나 문 대통령이 16일부터 23일까지 7박8일간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을 순방하는 가운데 순방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동행하지 않는다는 점은 국내에서 ‘순방보다 중요한 상황’이 벌어질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순방기간 동안 남북 사이 진전된 물밑접촉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안보실장의 순방 불참은 이례적이고 윤 수석은 김의겸 전 대변인이 청와대를 떠난 후 청와대 대변인 자리가 공석인 상황 속 문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해왔다. 특히 정 실장이 1·2차 대북특사를 다녀왔던 만큼 이에 따라 이른 시기에 정 실장을 중심으로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1·2차 대북특사 멤버들의 특사 파견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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