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을 선언한 지 올해로 35년. 올 3월 취임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한 5세대 지도부를 맞은 중국 경제는 대전환의 고비를 맞고 있다.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수출 중심의 고도성장을 구가했던 중국이 새 지도부 출범을 계기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 ‘수출대국’에서 ‘내수대국’으로의 본격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에 막대한 기여를 해온 ‘중국 효과’를 지속적으로 누리기 위해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양국 간 경제 관계를 업그레이드하고 중국을 하청 생산기지로 여기던 한국 기업들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중국의 미래 10년 좌우할 ‘신도시화’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열린 중국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중국 경제 미래 10년의 청사진을 내놓았다. 향후 10년간 7%대의 ‘중속(中速) 성장전략’을 취해 2020년까지 소득수준을 두 배로 올린다는 ‘소득배증 계획’이 그 핵심이다.
이번에 제시된 성장목표는 지난 10년간 기록했던 연평균 10.7%의 성장률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성장의 속도가 다소 떨어져도 후진타오(胡錦濤) 정부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내수 확대, 빈부격차 해소 등을 제대로 추진해 경제구조를 개혁하면서 안정적 성장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게 중국 새 지도부의 경제정책 기조다.
시진핑 정부는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새 성장동력으로 ‘신(新)도시화’와 ‘질적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52.6%인 도시화율을 연간 1%포인트씩 올려 2020년까지 6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관련해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최근 한 기고문에서 “선진국의 도시화율은 80%에 이르지만 중국은 50%를 갓 넘는 수준”이라며 “신도시화는 중국 경제성장의 거대한 엔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은 신도시화 과정에서 나타날 막대한 투자 유발과 소비증대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신도시 건설을 위해 이뤄질 철도, 도로 등 기반시설 투자와 농촌 주민들의 소득 향상을 통한 소비증가를 중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도시화 과정에서 농민에게 주는 토지보상금을 현재의 10배로 높이고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등 ‘분배 개혁’을 통해 내수 확대를 지원할 방침이다.
또 중국의 새 지도부는 질적인 성장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집약적 산업을 대체할 신흥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농민공(農民工)들의 노동력을 투입해 만든 값싼 물품을 대량으로 수출하는 중국 경제의 기초 성장공식이 더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 이를 대신해 신세대 통신, 신소재, 바이오, 우주항공 등 7대 전략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이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후진타오 정부와 달리 성장 둔화와 빈부격차 확대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시진핑 정부는 과감한 경제개혁에 나설 것”이라며 “수출 대신 내수를 통한 성장과 첨단산업 육성을 통한 산업 구조조정이 성공하면 중국 경제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對)중국 전략 내수, 서비스업으로 전환해야
중국 경제의 전환은 한중 경제관계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은 급격히 증가해왔다. 1980년 1500만 달러에 불과했던 대중 수출액은 지난해 1343억 달러로 연평균 30% 이상씩 증가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직접 세운 공장이나 중국 협력사에 부품을 수출하면 중국은 그 부품을 이용해 값싼 노동력으로 완제품을 만들어 선진국에 수출하는 게 대표적인 수출 모델이었다.
하지만 시진핑 정부의 분배개혁으로 중국 정부가 최저임금 조정을 통해 노동자 임금을 5년 내 두 배 수준으로 올리기로 함에 따라 이런 ‘한중 분업구조’는 뿌리부터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값싼 노동력만 보고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5년 안에 짐을 싸야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중국이 질적 성장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산업 구조조정도 한국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집중투자 계획을 밝힌 산업의 대부분은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분야다. 태양광 및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이미 한국을 추월한 중국의 기술력이 빠르게 높아지면 한국 기업들은 어렵게 일군 선진국 수출시장을 위협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 특수’를 계속 누리기 위해서는 시진핑 정부가 내놓은 경제 청사진에 따라 대중국 전략을 내수와 서비스 중심 수출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 정부는 도시화율이 연간 1%포인트씩 상승할 때마다 1000억 위안(약 19조 원)씩의 새로운 소비시장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한중 FTA를 확대되고 있는 중국의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는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한중 FTA 협상에서 중국은 한국에 비해 취약한 자국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우려해 낮은 수준의 FTA 체결을 희망하고 있다.
정환우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중 FTA는 제조업에 집중된 한중 교역구조를 서비스업 쪽으로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싱가포르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이미 상당한 수준의 서비스 개방을 얻어낸 만큼 정부는 한중 FTA의 서비스 분야 개방 수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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