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감축과 미군 운영 방식 변화 등 환경 변화에 맞춰 ‘작전계획(작계) 5027’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작계는 북한의 선제공격과 우발적인 도발 등에 대비한 한미연합사의 공동 군 운용 계획을 일컫는다. ‘작계 5027’은 북한과의 전면전에 대비해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는 미군이 주도적으로 작성해왔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2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캐피탈호텔에서 열린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60주년 이후의 한미 안보동맹 미래’ 토론회에서 “현재 상태로는 작계대로 미군이 증원될 수 없다”며 전면 수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토론회는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 한미안보연구회, 한국해양전략연구소 등이 공동 개최했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미군은 작계를 토대로 한반도 유사시 병력 69만 명, 전함 160척, 전투기 2000대를 증파하도록 돼 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도 “순환근무 원칙 등의 영향으로 미군의 한국 파병 규모는 최대 5개 전투사단을 넘기 어렵고 병력은 지원병을 합쳐도 69만 명의 일부분(fraction)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개 사단은 2만 명 내외로 구성된다. 한국군은 ‘국방개혁 2020’에 따라 10개 사단 이상을 감축할 예정인데 현재로는 미군이 이 공백을 메울 방법이 없다고 베넷 박사는 지적했다.
한국 예비군의 훈련 부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기됐다. 현재 작계상으로 320만 명에 달하는 예비군은 유사시 전방으로 보내져 손실된 전투 병력을 메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연간 훈련 기간이 3일에 불과해 즉각 전선에 투입하기에는 부족하다. 연간 40일 이상 훈련하는 미군 예비군과 차이가 크다. 이라크전에 보내진 미군 예비군은 별도로 1개월 이상 재훈련을 한 뒤 전장에 투입된 바 있다.
2015년으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 준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북핵 위협이 현실로 드러난 만큼 전환 시기를 재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미연합사는 모범으로 불릴 만큼 효율적인 군사지휘체계”라며 “형태를 바꿀 순 있어도 해체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북한이 도발하면 지휘부를 타격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북한 주민들이 체제의 실상을 알도록 대북 심리전을 공식 재개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편 1991년 철수했던 미군의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 참석자의 의견이 엇갈렸다. 한국 측은 핵우산만으로는 북핵에 충분한 억제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주장인 반면 미국 측 참석자는 “주한미군 기지에 핵무기를 재배치하면 북한의 1번 공격목표가 돼 ‘나부터 죽여 달라’ 하는 꼴이 된다”며 “괌 기지의 핵이나 핵잠수함 배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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