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북핵’ 명시 꺼려 ‘한반도 비핵화’ 절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8일 03시 00분


[한중 정상회담]공동성명 문안 합의 ‘절반의 성공’

박근혜-시진핑 확대정상회담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확대정상회담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베이징=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박근혜-시진핑 확대정상회담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확대정상회담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베이징=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핵심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중국의 경고 수위가 얼마나 노골적일 것인가’였다. 그러나 중국은 끝내 북한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

한중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포괄적인 표현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비판했고 한반도 비핵화가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두 정상의 공감과 의지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 두 정상은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 보유는 용인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이 공동성명에 반영하기를 원했던 ‘북핵 불용 원칙’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한중 양국의 공동의지는 끝내 공동성명에 담기지 못했다. 중국이 ‘북핵 불용’을 명문화하는 데 정치적 부담을 느꼈거나 전략적 고려를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공동성명은 “한국 측은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며 박 대통령의 의지를 강조하는 데 그쳤다.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고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북핵 불용’ 의지에 공감을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유관(有關)’이란 표현을 씀으로써 사실상 중국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점을 북한에 경고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공동성명 문안 협의 과정에서 중국도 이에 공감했음을 직접적으로 명기하자고 중국을 강하게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공동성명 발표 하루 전까지 문안을 둘러싼 한중 간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북-중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중국은 끝내 한국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초 북핵 문제에 대해 진일보한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기대가 한국 정부 안팎에서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성명에서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가 (한중) 공동이익에 부합함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는 부분도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가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한국 미국의 입장으로 끌어당기려는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보면서 한미중 3각 협력 구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공동성명에서 “남북관계 개선 및 긴장 완화를 위해 한국 측이 기울여온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과 북한이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당국 간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남북대화의 필요성과 한국 주도 외교, 즉 코리아 이니셔티브 디플로머시(KI-Diplomacy)를 중국도 지지해준 셈이다.

반면 중국이 여전히 한국과 미국이 강조하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보다 대화 재개에 더 관심이 많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시진핑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조기에 6자회담을 개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성명에서도 대화 재개를 위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보다 6자회담 재개가 우선적으로 강조됐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한반도 비핵화#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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