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기존 성장경로에서 이탈하고 장기 저성장에 빠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진행하고 있다는 정부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 금융위기 직후 한때 ‘위기극복의 모범생’으로도 불렸지만 이제는 성장세가 추세적으로 꺾이면서 낙제를 걱정해야 할 처지까지 이른 것이다.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며 경제엔진이 서서히 꺼지는 것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태국이 겪었던 패턴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융위기 이전의 성장추세를 조속히 회복하기 위해 올 하반기 중에 전년 동기대비 3% 이상의 성장률을 목표로 경제정책을 짜기로 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경기 둔화 가능성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런 어려움을 뚫고 어떻게든 저성장의 고리를 당장 끊지 않으면 선진국 진입이 요원해진다고 본 것이다.
정부는 27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1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금융위기 이전 성장경로’의 회복을 위해 기존 경기부양 패키지의 집행 외에 추가 재정투자 및 수출 지원책을 펴기로 했다. 우선 공공기관 투자와 민간투자사업 확대 등으로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을 중심으로 1조 원의 신규투자를 유도하고, 중소기업 설비투자와 수출에 대한 지원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또 대기업들로부터 경기회복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경제민주화 정책은 우선순위를 정해 시급한 것부터 추진하는 등 ‘속도조절’에 나서기로 했다. 기업에 부담을 주는 요인을 최소화해 하반기에는 투자심리 회복과 고용창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경제성장률 전망을 올해 2.7%, 내년 4.0%로 제시했다. 올해 전망치는 석 달 전인 3월(2.3%)보다 0.4%포인트 높은 것으로 국내외 연구기관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올해 30만 명, 내년 48만 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수출 증가율도 올해 2.8%에서 내년 6.0%까지 높아진다고 봤다.
최상목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금리 인하 등 그간의 정책효과가 있는 데다 최근 미국 경제의 회복세도 세계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전망치를 높인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이날 정부가 내놓은 전망치는 미국·중국발(發) 경제 리스크나 아베노믹스 등 변수를 고려할 때 전망치라기보다 ‘목표치’에 더 가깝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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