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칭화대 연설에서 중국어 실력과 중국 고전에 대한 식견을 보여 줬다.
박 대통령은 연설 처음 4분여를 중국어로 했다. 그는 인사를 한 뒤 중국고전 관자(管子)의 한 구절인 “일년지계 막여수곡, 십년지계 막여수목, 백년지계 막여수인(一年之計 莫如樹穀, 十年之計 莫如樹木, 百年之計 莫如樹人)”을 언급했다. 곡식을 심으면 1년 후 수확하고, 나무를 심으면 10년 후 결실을 맺지만, 사람을 기르면 100년 후가 든든하다는 뜻이다.
한국어로 연설할 때도 고전을 자주 인용했다. 박 대통령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설명하면서 ‘군자의 도는 멀리 가고자 하면 가까이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높이 오르고자 하면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중용(中庸)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연설 말미에는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젊은 시절 많은 철학 서적과 고전을 읽으면서 마음의 평화를 되찾았다”며 “기억에 남는 글귀는 제갈량이 아들에게 보낸 글이다. ‘마음이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이상을 이룰 수 없다’는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았다”고 했다.
이어 마지막 두 문장을 다시 중국어로 말하면서 연설을 마쳤다. 박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중국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앞으로 문화와 인문 교류를 통해서 더 가까운 나라로 발전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중국어로 말하면서 교류(交流)의 중국어 발음인 ‘자오류’를 한 차례 정정하며 멋쩍게 웃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처음 했던 발음이 오히려 더 정확했다고 한다. 중국 둥화대 우수근 교수는 “굳이 발음을 정정할 필요가 없었는데 아무래도 박 대통령이 더 정확하게 발음하고 싶었던 것 같다”며 “중국어를 독학했다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발음이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어 실력보다 중국인들에게 중국문화를 이해하고 있다는 진정성을 보여 준 것이 훨씬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30일 오후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의 신문 검색어 1위는 ‘박근혜 칭화대 강연’이었다. 한 언론은 ‘쯔정창위안(字正腔圓·발음이 똑똑하고 어조가 부드럽다)’이란 사자성어로 박 대통령의 중국어 실력을 평가했다. 이날 포털 신랑(新浪)닷컴에 올라온 박 대통령의 칭화대 강연 동영상은 조회수가 150만 건이 넘었다.
한편 지난달 27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의 중국어 통역은 주중 한국대사관 직원인 송영미 씨가 맡았다. 정부 관계자는 “현지 대사관 직원이 정상회담 통역을 맡은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방중 이틀째인 지난달 2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비공개 일정 때 통역을 담당한 주인공은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의 여소영 서기관이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중국어 통역을 담당했고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중국어 통역 실력이 최고”라고 칭찬했을 정도로 출중하다. 이명박 정부 때 한중 정상회담 통역을 맡았던 외교부 직원 2명은 공교롭게도 모두 출산 휴가 중이어서 송 씨와 여 서기관이 긴급 투입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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