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재킷 정치’가 대륙을 사로잡았다. 지난달 27∼30일 중국을 국빈방문한 박 대통령은 분홍 노란색 흰색 보라색 등 다채로운 색의 재킷을 갈아입으며 정상외교 무대에서 분위기를 주도했다. 국내 패션전문가들도 ‘박근혜표 재킷’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보여주는 베스트 아이템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특히 박 대통령이 5월 방미 때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의 재킷을 택해 편안함과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부부와 만날 때 입었던 분홍 재킷이 대표적이다. 평소 남성 옷에서 진화한 트렌치코트나 슈트 상의 같은 재킷을 즐겨 입는 것과 달리 이날은 라운드 칼라에 허리가 들어간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디자인의 재킷을 입었다.
윤혜미 이미지 스타일리스트는 “여성 리더가 가장 여성적인 색깔을 택한 것은 더이상 자신의 카리스마를 옷으로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경직된 스타일을 고수하며 강한 대통령으로 보이고자 했던 압박감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패셔니스타’로 불리는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를 의식한 것 같은데 분홍 재킷을 입어도 박 대통령은 리더로서 파워풀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에서 입은 노란색 재킷은 그동안 입었던 것보다 채도가 높았다.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장은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비즈니스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파란색을 택했다면 이번에는 힘을 빼고 밝고 편안한 레몬 느낌의 노란색을 택했다”고 해석했다. 황선아 인터패션플래닝 책임연구원은 “방문국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중국에서 길하게 여겨지는 노란색과 붉은색을 주로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중패션산학협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홍익대 간호섭 교수는 지난달 27일 베이징(北京) 서우두 공항에 도착할 때 입었던 흰색 재킷을 베스트 아이템으로 꼽았다. 간 교수는 “비행기의 태극마크를 뒤로하고 흰색 바탕에 검은색 라인이 그려진 옷을 입고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이 태극기의 건곤감리(乾坤坎離)를 떠올리게 했다”며 “단순하고 명료한 의미 있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크로커다일레이디 정소영 이사는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칭화대에서 연설할 때 입은 보라색 재킷이 가장 눈에 띄었다고 했다. 정 이사는 “보라색은 중국에서 귀족들만 입을 수 있는 색깔”이라며 “방미 때에는 민주당의 상징 색깔이기도 한 파란색과 깔끔한 녹색을 주로 입었는데 이들 색깔이 중국에선 하위 관직 사람들이 쓰던 것이라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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