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과잉입법 우려 현실화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일 03시 00분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그룹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재계는 “과잉입법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재계는 6월 임시국회가 열린 직후부터 이 법의 통과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국내 대기업들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 동력이 원료, 부품, 완제품을 계열사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수직계열화’인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같은 전략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두 차례 열어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 특히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통과된 개정안이 기존 정부안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라고 지적하지만 재계의 주장은 다르다. 정상적인 계열사 간 거래도 불법으로 볼 여지가 적지 않다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추광호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개정안은 경쟁 제한성을 입증하지 않아도 계열사 간 거래를 손쉽게 규제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에 재량을 줬다”며 “기업 경영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총수 일가에 대한 감시가 지나치게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는 과거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의 현대글로비스 일감 몰아주기 등을 문제 삼은 바 있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이번 개정안은 사실상 일부 대기업을 타깃으로 삼아 정상적인 경영 활동까지 옥죄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광고다. 이미 주요 그룹들은 광고 물량을 외부에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국내 광고 발주 예상금액의 65%인 1200억 원과 물류 발주 예상액의 45%인 4800억 원 규모의 물량을 중소기업에 발주하거나 경쟁 입찰을 통해 계약하겠다고 4월에 밝힌 바 있다. 삼성의 금융계열사들도 지난달 광고 제작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외부 기업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내놨다. SK이노베이션도 최근 계열사인 SK플래닛 대신 외부 광고회사에 광고 제작을 맡겼고, LG그룹도 광고물량 1000억 원 가운데 일부 제품 광고를 경쟁 입찰에 부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개정법이 시행되면 이들 그룹은 일감을 외부에 ‘개방’하는 데서 나아가 실제 ‘나눠주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그룹들도 일감 나눠주기 대책을 잇달아 발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광고 외에 시스템통합(SI), 물류 등의 분야도 내부거래 비중이 줄면서 적잖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SI는 보안과 직결되는 사항이 많은 분야인 만큼 계열사가 아닌 외부 업체에 일을 맡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가맹사업법 개정안(프랜차이즈법)도 가맹점의 강제 영업을 제한하고 리모델링을 할 때 본사와 가맹점이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SPC그룹 등 외식업체들과 편의점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창규·장원재 기자 kyu@donga.com
#재계#과잉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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