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꿈꾸는 정치인]<3>일찌감치 승부수 던진 김문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1일 03시 00분


2, 3일에 한번꼴 잦아진 서울행… 마지막 도전 뜸들이지 않겠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서울행이 부쩍 잦아졌다. 7월 들어 2, 3일에 한 번꼴로 서울을 찾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최근 김 지사가 당내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확대하고 있다”며 “김 지사의 중앙당 복귀가 임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지사가 당으로 복귀하면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비박(비박근혜) 의원들이 다시 모일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지난해 도지사직을 유지한 채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가 한계를 절감한 바 있다. 득표율 8.7%로 ‘쑥스러운 2위’였다. 이후 근 1년 동안 도정에만 전념하며 정치적 진로를 고심해 온 김 지사가 한발 한발 중앙정치 무대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8일 저녁 서울의 한 대학 최고위 과정에서 특강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그를 찾아갔다. 학교 인근 족발집에서 수행원과 함께 늦은 저녁을 먹고 있는 김 지사를 만날 수 있었다.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작은 식당에는 손님이 가득했다. 손님들이 연이어 김 지사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고 인사를 했다.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한다. 언제쯤 결심을 밝힐 것인가.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경기지사 3선 도전을 포기하고 당으로 복귀해 차기를 준비하겠다는 뜻인가.

“(고개만 끄덕이며) ….”

―연말쯤 발표하나.

“그보다 빨라야 하지 않겠나.”

―10월 재·보궐선거 전후?

“그쯤이 될 것 같다.”

옆자리의 수행원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가 대선 도전 직행 순서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경기지사 3선 도전 포기 의사를 언론에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10월 재·보선이 어떤 의미가 있나.

“재·보선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냥 10월 정도라는 것이다. 너무 끄는 것은 도민과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새누리당 후보들을 위해서도 예의가 아닌 것 같다. 가급적 빨리 결심을 밝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지사직을 던지고 대선으로 직행하기로 마음을 굳힌 이유가 뭔가.

“나이가 있지 않나. 다음 대선이 내게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그건 정몽준 이재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소주잔을 앞에 두고 있었지만 그는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홀가분한 표정도 찾기 어려웠다. 내년 경기지사 선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됐다.

―김 지사 말고 (새누리당의) 다른 후보가 내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민주당에선 원혜영 김진표 의원 등 쟁쟁한 후보들이 대기하고 있다.

“당연히 이길 것이다. 김진표는 유시민에게도 졌다.”

그는 “안철수 의원 측은 경기지사 후보로 누굴 생각하고 있다고 하나”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연대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등 내년 경기지사 선거에 대한 관심을 감추지 않았다.

2014년 지방선거는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향방을 가르는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박근혜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측면도 있다. 특히 경기지사 선거는 서울시장 선거와 함께 지방선거의 대세를 결정짓는 중요한 승부처다. 새누리당으로서는 보궐선거로 빼앗긴 서울시장 탈환과 더불어 경기지사도 반드시 수성(守城)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다. 김 지사가 적지 않은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김 지사는 도정 수행 평가와 관련된 각종 여론조사에선 60%가 넘는 긍정 평가를 받아 왔다. 새누리당에선 경기도 출신의 남경필 원유철 정병국 의원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등이 후보로 거론되지만 그들 앞에는 대개 ‘김 지사가 출마하지 않을 경우’라는 전제가 붙어 있다.

중앙당 복귀 결심은 했지만 경기도에 대한 그의 애정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대화 중간에 “1200만 경기도민…”이라는 표현도 여러 번 썼다.

―도지사 임기는….

“당연히 임기는 채운다. 1200만 경기도민에 대한 책임이다.”

―3선 도전 포기로 도정(道政)에 레임덕이 오진 않을까.

“경기지사를 8년 했다. 역대 최장이다. 공무원들이 잘할 것이다.”

김 지사는 지금도 현장 속으로 들어가는 도정을 활발히 이어 가고 있다. ‘경기도지사의 찾아가는 현장 실국장회의’는 9일 부천 회의로 경기도 31개 모든 시군에서 한 번 이상씩 열렸다. 민선 5기 지사 취임 직후인 2010년 8월부터 회의가 열린 지역을 연결하면 서울과 부산을 아홉 번 왕복할 수 있는 6878km에 달한다.

그는 경기지사 임기가 끝나는 내년 6월 말 이후의 행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내년 전당대회에서 새누리당 대표에 도전하나.

“내년 전당대회가 몇 월에 열리나? 그 부분까진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국회 복귀는 내년 10월 재·보선쯤으로 보면 되나.

“그것도 아직….”

한때 새누리당에는 20명 안팎의 김문수계 의원이 있었지만 지금은 김 지사 지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대선을 생각한다면 ‘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 역시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그는 “세력은 국민의 마음을 얻으면 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측근은 “세력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에 대한 비전과 철학이 분명하면 함께할 사람들이 생기고 모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8월 첫째 주 모처럼 여름휴가를 갈 계획이다. 그는 이번 휴가 기간에 자신의 결심을 최종 정리하고 앞으로의 행보를 구체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그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의 최측근으로 현재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차명진 전 의원도 8월 중 귀국해 김 지사의 대권행보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김 지사와 가까운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김 지사의 지금 목표는 내년 6월 말 임기를 마칠 때 지지율 60%를 유지하는 것과 새누리당 후보가 다시 경기 도정을 맡는 것”이라며 “내년 7월 이후 대표직 도전 등 앞으로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는 ‘운명’에 맡기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김문수#경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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