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투자하는 분들 업고 다녀야 한다” 했는데…
경기침체 지속에 정책 불확실성 겹쳐 기업 설비투자도 13개월 연속 하락
박근혜정부 집권 첫 상반기(1∼6월)에 주요 그룹의 투자가 목표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재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30대 그룹의 상반기 투자진행률을 점검한 결과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의 실제 투자는 이들이 밝힌 연간 투자계획의 3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30대 그룹의 투자진행률은 45%였다.
4대 그룹이 상반기에 투자를 집행한 금액은 33조4000억 원 수준이다. 4대 그룹의 올해 투자계획은 95조6000억 원(현대차는 자동차 분야만 포함)이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41%로 그나마 나은 편이고 LG(39%), 현대차(34%)는 30%대에 머물렀다. SK의 투자진행률은 28%로 부진했다. 일부 그룹은 착오로 6월 투자실적을 누락했거나 일부 계열사의 투자를 빠뜨렸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포함해도 4대 그룹 평균은 40%에 못 미친다. 나머지 30대 그룹 중 상당수는 아직 투자 실적 집계가 덜 됐다는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도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제2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투자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한다”며 하반기(7∼12월) 최우선 과제로 기업 투자 확대를 꼽았다. 이에 앞서 4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규제를 확 풀어야지 찔끔찔끔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투자를 강조했다. 그렇지만 투자의 주체인 주요 대기업은 꿈쩍 않고 있는 형국이다.
4대 그룹의 투자 지연은 상반기 내수경기 침체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경기를 되살리려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집행과 민간 투자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데 상반기에는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기업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11.6% 감소해 ‘투자 냉각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 설비투자 하락세는 13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주요 그룹이 투자를 미루는 것은 △내수(內需) 침체 △선진국 소비 침체 △대(對)중국 수출 감소 △일본의 ‘엔화 약세 정책 공습’이 겹친 사상 초유의 사중고(四重苦)로 경제 환경이 어려운 탓이 크다. 재계는 정책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점도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입법 드라이브에 정부는 두 손 놓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대주주의 지분을 무력화하거나 비용을 크게 늘리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공정거래법, 상법 개정안과 통상임금 문제 등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며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기업들은 입법 상황을 보면서 투자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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