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은 ‘중도 실용주의’ ‘진보적 자유주의’와 같이 자신의 이념을 특정해 발언한 적이 거의 없다. 그 대신 ‘국민행복’ ‘국민통합’ 등 보편적인 단어들을 주로 사용한다. 박 대통령이 26차례의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 때 쏟아낸 12만198자를 살펴보면 분야별로 꿰뚫는 국정철학이 있다. 그 국정철학은 자신이 지녀온 신념과 상당히 맞물려 있다. 》
○ 정치·사회: “비정상적인 관행을 정상화하는 것”
박 대통령은 6월 24일 수석비서관회의 때 “새 정부의 개혁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비정상적인 관행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잘못된 관행은 아주 고질적이어서 그냥 대책 한 번 발표해서는 절대 뿌리 뽑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 사회 분야에서 박 대통령은 자신이 판단하기에 비정상적인 관행들을 깨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원전 부품 비리와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문제에 대해 “과거 10년 이상 쌓여온 일인데 역대 정부가 해결 못 하고 이제야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을 대북정보 기능과 경제안보를 지키는 본래 목적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개혁하려는 것도, 국정원장의 독대를 받지 않는 것도, 국회에서 벌어지는 정치적인 일에 가급적 관여하지 않으려는 것도 과거의 비정상적인 관행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비정상의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수차례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협상과 지원을 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실제로 북한 핵 문제와 개성공단 중단 사태에서 그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 경제: “모든 것은 위기이자 기회”
박 대통령은 11일 제2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과거 석유파동 위기를 오히려 중동시장 진출의 기회로 활용한 경험과 전통을 가지고 있다”며 “당장 경기가 어렵고 전망이 불투명해 보이지만 미래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투자를 통해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위기라고 움츠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타개하면 길은 열린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박 대통령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의 단기성장 둔화, 일본의 엔저 현상 등 3중고에 대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판단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우리 수출의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변동보험 확대 등을 통해서 수출 중소기업의 환리스크를 줄여주면서 엔저에 따른 기회도 적극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7월 9일 국무회의에서 “과거 20, 30년 전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날씨가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온난화 현상과 전력 소비 증가 등 일견 위기일 수도 있지만 과학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이슈를 선점하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문화: “나라의 근간은 문화·역사·교육”
박 대통령은 최근 ‘홍익인간’을 자주 인용한다. 25일 불교 지도자와의 오찬에서 “우리나라만 보전하기도 힘든데 인류가 전부 이롭게 되도록 한다는 큰 이상을 품고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도 들으며 역사를 이어왔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서 손상을 입은 부분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문화, 역사, 인문, 인성교육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창조경제와 국민통합 등 국가발전의 근간이라는 생각에서다. 박 대통령은 10일 언론사 논설실장과의 오찬 때 “영토가 몸, 신체라면 역사는 혼과 같다”며 “국민통합도 역사에 대한 보편성에 인식을 같이해야 통합이 된다”고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대학에 문사철(문학 사학 철학)이 없어진다”며 “인간에 대한 관심과 배려와 존중이 깔려 있지 않으면 CEO도 발명품도 괴물이 된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6월 24일 수석비서관 회의 때 “사이버상 문화, 에너지 절약, 기후변화, 지적재산권 침해 등 옛날에는 별로 배울 필요가 없었던 것들을 배워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며 “학생들이 건전한 시민으로 사회에서 활동하도록 기본적인 도덕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공직사회: “정책은 수립이 10%이고 실천과 점검이 90%”
박 대통령은 26번의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현장’이라는 단어를 78번이나 썼다. 부처 장관과 수석들에게 현장에 가서 정책이 잘 집행되는지 살펴보라는 주문이다.
박 대통령은 6월 1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책은 수립이 10%이고 실천과 점검이 90%”라며 “현장을 누비면서 부족한 부분을 챙기고 고쳐 나가야만 정책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공직사회에 주문한 이 내용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배운 것이다. 그는 2011년 12월 동아일보와 채널A 공동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정책을 하나 내면 90%는 그것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데 힘을 쓰셨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은 공직 사회에 국민을 대하는 자세 변화를 여러 차례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밀양 송전탑 갈등에 대해 관련 부처를 질타하며 “(갈등이 시작된 지가) 벌써 7, 8년인데 그 세월 동안 뭘 하고 있었나”라며 “성의 있고 진정성 어린 대화가 이루어졌더라면 이렇게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갈등 해결에는 어떤 공식뿐 아니라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인간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민원을 강조하고 부처 간 협업을 강조하는 것도 국민 중심의 행정을 우선하기 때문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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