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7일 휴가 복귀 후 첫 외부 인사와의 일정으로 인문학계 인사들과 오찬을 했다. “외부에서 대통령 면담을 많이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문학계 인사들을 가장 먼저 만난 건 이례적”(청와대 관계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금 역사를 가지고 누가 옳다, 그르다 싸우고 있는데 근본적인 혼을 구성하는 역사에 대해 갈라지기 시작하면 어떤 노력을 해도 국민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편협된 자기 생각을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가르치면 굉장히 위험하고 잘못하면 영혼을 병들게 만드는 것”이라며 “어릴 때부터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역사를 배워 공유된 인식이 있어야 국민통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인문, 문화적 접근”이라며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에 인문 교류를 적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언어폭력이 난무해 사회의 질이 크게 저하됐다는 참석자의 지적에 “말을 폭력적으로 쓰다 보면 생각도 폭력적이고 거칠어진다. 말이라도 우선 정제되게 잘하려고 노력하면 나중에 생각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며 정치권의 막말 논쟁을 겨냥하기도 했다.
한 참석자가 정치, 경제에 대해 문화적인 검토를 하는 정부기구를 만들면 좋겠다고 하자 그 자리에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다른 참석자가 파주출판도시 방문을 제안하자 “방문하려고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새 정부는 국민들이 인문학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인문학적 자양분을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비옥한 토양에서 나무가 건강하게 잘 자라듯 풍요로운 인문학의 토양이 있어야 개인이든 국가든 성숙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라며 “인간을 이해하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삶의 길을 밝혀주는 등불로, 저도 과거에 힘들고 고통스러운 길을 보낼 때 고전, 인문학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는 이시형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장,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 김언호 한길사 대표, 소설가 박범신 이인화 씨, 정민 한양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인문학에 꽂혀 있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산하에 인문정신문화 전문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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