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일단 ‘증세없는 복지’로 가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5일 03시 00분


[세제개편안 후폭풍]당정 내부서 공약 일부수정 불가피論
“현실성 따져 국민에 솔직히 밝혀야” 내년 지방선거 이후 본격논의 가능성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와 여당은 14일 증세나 복지공약 축소에 대해 ‘불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현재로선 불가능한 카드라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의 고민은 ‘상황이 달라진 게 없는 데 공약을 수정할 수 없다’는 원칙론에서 출발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증세 없는 복지’를 실천하겠다고 공언했고, 올해 5월에도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공약가계부’까지 발표한 상황에서 말을 뒤집을 명분과 논리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공약을 철회할 경우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신뢰를 기반으로 한 국정운영’ 기조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공약가계부 작성을 주도한 기획재정부는 “공약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고위 당국자는 “앞으로 세수 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약 축소나 수정 여부를 언급할 수 없다”면서 “정부 내에 공약 축소와 관련한 어떤 논의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성장을 통한 ‘증세 없는 복지’에 기대를 거는 것은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과 함께 국회를 이끌면서 선거 때마다 표로 심판받아야 하는 새누리당의 고심은 더 깊어지고 있다. 7선의 정몽준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부담을 요청할 것인지 아니면 복지를 현실에 맞게 조정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은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현 시점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약속한 조세개혁위원회를 당에서 만들고 국민대타협위원회를 정부에서 만들어 복지 공약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도 “솔직하게 복지 공약이 얼마나 실현 가능한지 밝히고 그에 따른 세금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공약 수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지만 청와대 기류를 살피는 당 지도부는 확고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복지 후퇴’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에 대한 부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가 돼야 공약 이행 문제에 대해 정부가 탄력적 자세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세제개편안#공약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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