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국내파트 보호용 수사”… 국정원 “3년간 내사해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9일 03시 00분


통진당 10명 내란음모혐의 수사

“왜 지금?”

정치권은 국가정보원이 이석기 의원 등 통합진보당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선 국정원 개혁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국내정치파트 폐지를 국정원 개혁 핵심 과제로 선정해둔 터다. 박영선 의원이 23일 발의한 국정원 개혁법 개정안은 △대공수사권 외 수사권 폐지 △민간인 동향파악·정보수집·여론형성 금지 △정치관여죄 형량 강화 △기관정당 등 상주 및 상시출입 금지 등을 주요 내용에 포함시켰다. ‘국내정보파트 폐지’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야권에선 통진당을 국내에 존재하는 내란 세력으로 부각시킴으로써 국내정치파트의 당위성을 입증하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셀프 개혁’을 관철시키고 국내정보파트를 지키기 위해 총대를 메고 수사를 밀어붙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 관계자는 “보안 유지 문제 등을 고려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뿐 정치권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국정원 관계자도 “3년간 내사를 해온 사건”이라며 “국정원 국정조사를 덮기는커녕 오히려 국조가 끝날 때까지 늦춘 것”이라고 말했다.

통진당은 “국정원 개혁을 막으려는 ‘물타기’”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정희 대표는 페이스북에 “아버지나 딸이나 위기탈출은 용공조작 칼날 휘두르기”라며 “5·16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 쿠데타 다음 날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체포해 1961년 오늘 반공법 위반으로 사형선고. 국정원 동원한 부정선거로 51.6% 얻어 청와대 들어간 박근혜 대통령, 진보인사들을 내란 예비 음모로 압수수색 체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민주당은 국정원이 국회까지 들어와 압수수색을 벌이는 현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김한길 대표가 노숙투쟁을 하는 등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장외투쟁의 강도를 높인 시점에서 여론의 관심이 온통 통진당 수사로 옮겨갈까 걱정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충격을 넘어서 공포감마저 느껴진다”며 “이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종북, 친북세력의 이적활동을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떳떳하다면 통진당은 수사에 전면 협조해야 할 것”이라며 통진당을 압박했다.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브리핑에서 “사실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대통령의 반응은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내용의 엄중함으로 봤을 때 대통령께서 보고를 받지 않았겠는가”라고 말해 대통령에게 보고됐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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