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5일 오후(현지 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라는 다자외교 데뷔 무대를 무난하게 이끌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티놉스키 궁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장에 각국 수반 33명 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이어 26번째로 입장했다. 국제기구→초청국→행정수반→국가수반 순서에, 대통령 취임 날짜순을 감안한 것이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회의장에서 박 대통령 좌우에 앉았다. 터키 총리 옆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앉아 여성 정상들이 모여 있는 모양새가 됐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선 채로 한참 동안 환담을 나눠 주위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
○ ‘신흥국 맏언니’ 역할 주력
박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신흥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좀 더 많은 역할을 뒀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는 오히려 선진국의 출구전략에 큰 타격이 없었기 때문에 중립적인 위치에서 신흥국의 의견을 배려하는 것이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흥국의 금융 불안에 대한 위기 대응 체제를 강화할 것과 함께 지역금융안전망(RFA)의 역할 강화를 제안했다. 지역금융안전망은 지리적으로 근접한 국가들이 외환위기 및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으로 재원을 조성해 운영하는 체제다. 선진국들은 기존 국제통화기금(IMF) 중심의 국제금융체제 유지를 희망하고 있지만 신흥국은 지역금융안전망을 통해 글로벌 자본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하자는 논의에 적극적이다. 우리나라는 7월 G20 재무장관회의 때도 주도적으로 IMF와 지역금융안전망 또는 지역금융안전망 상호 간 대화 활성화에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신흥국에 대한 한국의 지원 방안도 발표했다. 신흥국의 리더인 한국부터 솔선수범하겠다는 의지다. 박 대통령은 국가 간 조세 정보의 자동 교환 모델 개발과 관련해 인프라와 역량이 부족한 저소득국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개도국들의 인적자원 개발에 대해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또 세계경제의 동반성장을 이끌기 위한 무역 자유화 노력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무역 확대는 신용 버블이나 재정 건전성 훼손과 같은 비용이 발생하는 통화·재정 정책과 달리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윈윈 정책”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성장을 할 수 있는 활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의장국인 러시아는 이례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업무만찬이나 오찬이 아닌 5일과 6일 이틀 모두 본세션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러시아와 진행하는 많은 양자회담국 중 우리나라를 가장 마지막에 배치해 충분히 시간을 갖도록 하는 등 배려를 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 이탈리아와의 회담에서 세일즈 외교 시동
박 대통령은 올 하반기 화두인 ‘세일즈 외교’의 시동도 걸었다. 박 대통령은 “이탈리아의 디자인, 예술, 문화, 기술 등 서로의 경험과 노하우가 창조경제 전반에 퍼지면 두 나라 간 협력 공간이 커지고 직접 투자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밀라노에서 예정된 창조경제 비즈니스 포럼에 이탈리아 정부의 특별한 관심과 협력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내년에 이탈리아를 방문할 뜻을 밝혔다.
한편 7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역대 최대 규모인 79명의 경제사절단이 구성된다. 6월 중국 국빈 방문 때보다 중소·중견기업인이 크게 늘었고 대기업도 총수보다는 전문경영인이 다수 포함됐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사절단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참가한다. 대기업에서는 강호문 삼성그룹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구자영 SK그룹 부회장, 김종식 LG전자 사장 등 18명이 참여하며 금융에서는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등 5명이 참가한다. 중소·중견기업인은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 등 40명이 참여해 전체 경제사절단의 61%를 차지했다.
최근 퇴진설로 논란에 휩싸인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이석채 KT 회장은 경제사절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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