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이탈리아의 엔리코 레타 총리와의 양자회담은 주로 경제 협력과 관련된 내용으로 채워졌다. 상호 투자 이야기를 나누던 중 레타 총리가 “이탈리아 기업도 한국 투자에 관심이 많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개성공단 참여를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국제화하기로 합의하여 국제적 수준의 보장이 이루어지도록 했다”며 “이탈리아 기업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투자처 중 하나로 개성공단을 이탈리아 총리에 추천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개성공단 국제화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개성공단에 참여할 해외 기업으로는 중국 정도만 언급되어 왔다. 통행·통신·통관 등 3통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적 논리만으로는 해외 기업이 참여할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여하기 전 기회가 될 경우 유럽 국가 정상들에게 개성공단 참여를 제안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6일 열린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의 양자회담 때도 예상외로 시리아 문제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면서 타이밍을 놓쳤지만 독일 기업의 개성공단 참여를 제안할 준비를 하고 회담에 들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박 대통령도 당장 유럽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거액을 투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다만 유럽 기업들의 개성공단 참여가 성사되면 개성공단 국제화라는 상징성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국제적 스탠더드가 통하는, 즉 경제적 논리만으로도 기업이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공단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 한반도 정세와 밀접하게 관련된 미국이나 중국이 아닌 유럽 기업들이 참여한다면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경제성이 입증돼 투자가 시작됐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줄 수 있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당장 유치에 성과를 내겠다기보다는 유럽 국가와 기업들에는 개성공단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북한에는 ‘너희들이 잘 준비하면 충분히 성공시키기 위한 의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뜻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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