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收감소에 발목잡힌 朴정부 복지공약… 野 “표 얻고 배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5일 03시 00분


■ 朴대통령 25일 대국민설득 예정

‘해경의 날’ 박수치고…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열린 제60주년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수상 사열을 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해경의 날’ 박수치고…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열린 제60주년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수상 사열을 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7개월 만에 재원 부족을 이유로 기초연금안과 4대 중증질환 국고 지원 등 복지 분야를 비롯한 공약의 현실화 및 시기 조정을 밝힐 수밖에 없게 됐다.

박근혜 정부가 5월 말 공약가계부라는 이름으로 재정 지원 실천 계획을 내놓은 때부터 따지면 불과 4개월 만이다.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되자 박 대통령이 26일 직접 기초연금과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국무회의를 주재해 대국민 설득에 나서는 상황까지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현 세대가 무리하게 빚을 내 공약을 추진할 경우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집권 첫해에 공약대로 추진하면 빚을 낼 정도로 재정이 악화될 우려에 처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청와대 관계자들은 “경기 부진이 계속되면서 세금 수입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게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경기 부진이라는 외적 요인이 원인이라는 것이지만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가 내놓은 재원 추산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선캠프 출신의 한 인사는 “지난해 대선 때만 해도 4%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세수와 재원 확보 계획을 짰지만 재원 추계가 너무 낙관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기획재정부는 8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2.7%로 예측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5월 경기 부진에 따른 세금 수입 부족분을 메우는 추가경정예산 12조 원까지 편성했지만 세금 수입이 계속 줄었고 정부는 올해 20조 원 이상의 세수 결손을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한 해 총지출 규모는 300조 원이고 매년 200조 원가량의 세금이 재원으로 확보돼 왔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현재처럼 경기 부진이 계속되면 5년간 100조 원 이상의 세수가 결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정부가 공약 이행을 위해 비과세 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 세출 절감을 통해 5년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힌 134조8000억 원에 육박하는 액수다. 추가 재원 확보의 의미가 퇴색될 정도로 세수 결손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세금이 정상적으로 걷히지 않으면 재정 수입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에 정부가 추가로 마련하려는 134조 원 중 세출 절감을 통한 84조1000억 원 확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가 집권 이후 세출 절감으로 실제 확보한 재원은 1조 원 정도다. 84조 원에 한참 못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내년 4% 경제성장률 실현이 가능하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고수했다. 청와대 기류는 좀 다르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세수에 대한 기대를 부풀려 낙관적으로 재원을 추계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를 외면한 채 눈 가리고 아웅 해봐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세수를 올리기 위해 경제 활성화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증세 필요성을 고민하면서도 증세 얘기를 쉽게 꺼내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증세는 정부가 최우선으로 매달리는 경제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가 확보하려는 134조 원 가운데 비과세 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힌 50조7000억 원도 마냥 낙관적이지는 않다. 세법 개정안 수정으로 세제 개편 효과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대선캠프 출신의 한 인사는 “세법 개정에 따라 5년간 15조 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공약가계부에서 예상했던 18조 원보다 적은 수치”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경제가 부진하면서 지하경제 양성화도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공약은 수정된 것이 아니라 시기가 미뤄지는 식으로 재조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화장실 가기 전과 다녀온 후가 다르다는 말이 있다”면서 “이 정도 공약 파기라면 대선을 화장실 들락거리는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화장실 정권’ 아니냐”고 말했다.

김한길 대표는 “대선 때 공약을 해 어르신 표를 얻어 대통령이 되고 나서 돈이 없어 못 주겠다는 것은 어르신들에 대한 배신행위이자 대단한 약속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윤완준·민동용 기자 zeitu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복지#공약가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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