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의 시해 사건을 언급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해 파문을 불러일으킨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이 11일 다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이 자신의 의원직 제명안을 제출한 것에 대해 “한 정치인의 정치생명에 사형을 선고해 달라는 검사의 구형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또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향해 “구미에 맞지 않고, 귀에 거슬리면 발언 당사자조차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이유를 대며 인격과 정치생명을 말살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양 최고위원을 향해 “언어살인” “박 대통령의 위해를 선동하는 무서운 테러”라고 한 이 수석에게 화살을 돌린 것이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이 “일부 민주당 의원이 헌정을 유린하고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반역을 자행하고 있다”는 논평을 낸 데 대해서도 “우리가 왕조시대에 사는 거냐”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이 12일 양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천안에서 충남 지역 의원 전원(7명)과 당원 3000여 명을 동원해 규탄대회를 열기로 하자 공개 반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불복’을 선언했던 장하나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어 “나는 부정선거에 불복하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자신에 대한 제명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 의원 전원(155명)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민주당 지도부는 김한길 대표가 전날 의원총회에서 “개인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공개 요청했음에도 두 의원의 독자 행동이 계속되자 곤혹스러워했다. 한 당직자는 “잘못을 인정하기만 하면 되는데 왜 자꾸 당을 어렵게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이정현 홍보수석이 국론분열과 위기조장을 선동했다며 역공세를 취했다.
배재정 대변인은 “이 수석은 참 나쁜 대통령의 수족이다. 양 최고위원의 발언에 비분강개하며 울먹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 수석을 내치라”며 “당장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자손’ 같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긁어부스럼을 만드는 ‘독 손’”이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이 수석을 ‘심기(心氣) 수석’이라 규정하면서 “민주공화국의 홍보수석이 조선왕조의 내시(內侍)처럼 굴면 곤란하다”고까지 했다.
새누리당은 “적반하장”이라며 비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중진 의원 연석회의에서 “헌법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망각한 반민주적 발언으로 국민 공분을 초래한 당사자들이 어이없는 자기변명과 적반하장식 막말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수석은 브리핑을 열어 “저는 울먹인 적이 없다. 내시도 아니다”라고 불쾌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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