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청와대에선]박근혜식 소리없는 소통, 국민 눈엔 불통… 靑은 냉가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1일 03시 00분


사이트 만들고 메모하고 신문 읽고… 朴대통령, 국민 정책참여 강조
반대자 포용대신 원칙주의자 부각… 긴 정국경색도 불통이미지 키워

朴대통령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설립 바람직”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금융인과의 오찬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신뢰 회복의 첫걸음은 금융권에 돈을 믿고 맡긴 소비자를 철저히 보호하는 것으로 이제는 더이상 금융권에서 서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금융회사가 아닌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소비자 보호의 책임을 다하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朴대통령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설립 바람직”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금융인과의 오찬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신뢰 회복의 첫걸음은 금융권에 돈을 믿고 맡긴 소비자를 철저히 보호하는 것으로 이제는 더이상 금융권에서 서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금융회사가 아닌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소비자 보호의 책임을 다하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논란이 대선 1주년을 맞아 재연되고 있다.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18일 “불통 비판이 가장 억울하지만 원칙을 지키는 불통은 자랑스러운 불통”이라고 말하면서 촉발됐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0일 “어떤 국민인들 불통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대통령을 원하겠나”고 비판했다. “나처럼 국민을 많이 만난 정치인도 없을 것”이라는 자부심이 강한 박 대통령은 ‘불통’이라는 비판에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측근들은 대통령 특유의 소통방식이 불통 논란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 박근혜식 ‘소통’

박 대통령은 보여주기식보다 국민의 삶을 소리 없이 챙기는 것을 진정한 소통이라고 생각한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9월 말 대통령국정기획수석실이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를 보고하자 “국민 참여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1월 1일 ‘비정상의 정상화’ 사이트를 개설할 예정이다. 이 사이트는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 80개의 추진 상황을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과제별로 국민들이 댓글로 의견을 달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새로운 과제 제안도 받는다. 공유, 개방, 소통을 키워드로 정부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정부 3.0’과 창조경제타운 사이트도 국민 참여와 소통을 강조한 정책이다.

박 대통령은 간담회 자리에서 참석자들의 의견을 일일이 다 메모한다. 그 메모는 청와대에서 ‘제2의 VIP 수첩’으로 불리는 ‘민원이력카드’로 재작성된다. 민원이 해결되든, 안 되든 모든 민원인에게 민원 결과가 직접 통보되며 그 결과는 빠짐없이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박 대통령은 신문도 열심히 보고 지적 사항을 직접 챙긴다. 특히 최근 들어 청와대 해당 수석들에게 직접 전화해 언론이 지적한 것이 사실인지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모든 신문이 관저, 집무실에 들어온다”며 “경제, 사회면까지 꼼꼼히 다 챙겨본다”고 말했다.

○ 박근혜식 ‘불통’

박 대통령은 이벤트식 일정을 잡으면 “쇼하는 것 같다”며 반기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대통령의 소통 과정을 국민은 알 길이 없다는 데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기자회견, 언론 인터뷰,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을 한 적이 없다. 국민들이 회의석상이나 경축사 등 격식 있는 공식 행사에서의 대통령을 볼 뿐이다. 선거 때 가끔 방문했던 소외계층이나 민생현장도 취임 이후 거의 사라졌다.

원칙과 법치를 강조하는 대통령 모습만 강조되다 보니 국민 대통합과 포용의 모습 역시 사라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조차 “철도 민영화나 의료 민영화 논란도 말로만 안 하겠다고 하지 말고 직접 반대자들을 만나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국무총리나 장관이 전혀 보완해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친박 측근 의원은 “장차관들이 적극적으로 공청회를 열면서 반대자를 설득해야 하는데 전혀 보이지를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 년 내내 지속된 정국 경색도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키웠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들은 박 대통령이 취임하면 나라가 좀 안정되고 조용해질 거라고 예상했는데 일 년 내내 정치권이 시끄러운 게 대통령 책임이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박근혜#청와대#국민정책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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