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3일 청와대에서 처음 만났지만 분위기는 다소 어색했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새해 덕담보다는 ‘돌직구’를 던졌고, 박 대통령은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두 사람은 별도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지금 여야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 한 단면이었다.
○ 김 대표 ‘대타협위 신설’ 요구
김 대표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 인사말에서 “2013년 한 해는 여러 가지로 힘든 한 해였다”며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으로 민주주의가 상처받고 사회·경제적 양극화 심화로 민생이 고단했다.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고 정치는 실종된 한 해였다”고 혹평했다. 이어 “지난 대선과 관련된 의혹들은 모두 특검에 맡겨 정리하고 경제는 경제민주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가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문제를 2차례에 언급하자 순간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김 대표가 발언할 때 일부 참석자들이 제지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해 김 대표가 불쾌해했다는 말도 나온다.
김 대표는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대타협위원회’와 같은 협의체가 필요하다”며 “여야정과 경제 주체들이 함께 참여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 靑, “현안에 대해 솔직히 밝힐 것”
박 대통령은 6일 예정된 내외신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불통(不通) 논란을 해소한다는 각오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모든 현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다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는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부분을 주로 얘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경쟁력을 높여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또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비롯한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도 거듭 천명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확고한 안보 태세 아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변함없이 가동하며 북을 향해서는 핵과 경제발전 병진노선을 포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외신기자들의 질문도 예정돼 있어 한일, 한중관계에 대한 구상도 자연스레 밝힐 예정이다. 급히 진화를 시도했던 개각설에 대한 생각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3일 제안한 대타협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 청와대 비서관 인사 폭에 관심
박 대통령은 집권 2년차에 장관을 바꾸는 ‘개각’보다는 차관과 1급 고위직 인사를 대폭 교체하는 ‘개편’으로 방향을 정리했다고 한다. 청와대도 수석급 인사보다는 비서관 인사로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청와대 수석 인사와 올해 초 청와대 비서관과 차관 및 1급 인사를 단행하면 장관 외에는 한 번씩 걸러지는 셈이다. 결국 언제든지 그 다음 차례는 개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박 대통령이 “개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배경에는 경제팀에 대한 고민이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여당에서부터 경제팀 교체 여론이 커지자 국무회의에서 “경제부총리가 열심히 해 왔다.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더욱 열심히 해 달라”고 경제팀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8월 세제 개편안 때 또 한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하반기 들어 경제 지표가 나아지면서 경제팀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가 조금씩 쌓이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올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경제팀을 새로 짜면 처음부터 다시 호흡을 맞춰야 하는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비서관 인사는 현재 공석인 법무·여성·안보전략비서관과 대변인 등 네 자리보다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각 수석실의 선임비서관들을 교체해 청와대의 인적 쇄신 효과를 배가시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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