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이 한국에 있는 스위스 기업에 취업한 뒤 스위스 현지에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바이오나 정밀기계 분야 등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스위스의 직업교육 시스템을 활용해 글로벌 기술 명장(名匠)을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디디에 부르크할터 스위스 대통령과 20일(현지 시간) 스위스 베른의 연방정부청사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한-스위스 간 폭넓은 인적 교류 방안에 합의했다.
이날 양국이 체결한 ‘글로벌 기술인력 양성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기계나 바이오 분야 마이스터고 졸업생 가운데 매년 20명을 선발해 한국 주재 스위스 기업에 취업시킨다. 이들은 1년간 국내에서 근무한 뒤 스위스 현지에서 2년간 직업교육을 받는다. 이를 통해 글로벌 명장을 육성하는 동시에 국내 마이스터고 커리큘럼도 개선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해외취업 장려 정책(K-move)의 가시적 성과이기도 하다.
양국은 ‘교육협력 MOU’도 체결했다. 국가 차원의 인적 교류를 위해 상호 국가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또 기초과학 분야 공동 연구를 위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스위스연방재료과학기술연구소(EMPA)가, 과학기술의 상용화와 창업 지원을 위해 한국 KAIST와 스위스 로잔연방공대가 각각 MOU를 체결했다.
양국이 상대국에서 파견돼 근무하는 근로자의 연금과 고용보험료를 면제해 주는 ‘사회보장협정’을 맺은 것도 정상회담의 성과 중 하나다. 이 협정에 따라 스위스로 파견된 한국 근로자는 1인당 연간 최대 2290만 원, 한국으로 파견된 스위스 근로자는 1인당 연간 최대 1010만 원의 면제 혜택을 받는다. 이 협정은 양국이 협상을 시작한 지 14년 만에 맺은 결실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날 양국은 1개의 협정과 11개의 MOU를 체결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한-스위스 경제인포럼’에서 “스위스의 위대한 화가 파울 클레는 ‘우리를 더 크게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하루면 족하다’고 했다”며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스위스를 국빈 방문한 것을 계기로 오늘 ‘하루’가 양국 공동 번영의 미래를 열어가는 데 의미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위스의 식품과 의약품을 구입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고, 한국의 휴대전화와 전자제품을 써 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다”며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상호 간 투자가 보다 확대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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