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공천 경쟁을 앞두고 여권 내부에서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당권을 쥔 친박(친박근혜) 주류가 청와대와의 물밑 교감을 통해 박심(朴心·박 대통령의 의중)을 내세워 특정 인물을 띄우고 있어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 당내 비주류파의 주장이다. 갈등은 친박 대(對) 친이(친이명박) 진영의 해묵은 대립구도를 넘어서 친박 내부로까지 복잡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 이혜훈 “대통령 욕되게 하는 것”
1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박심 논란을 두고 갈등이 표면화됐다. 11일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는 이혜훈 최고위원은 “‘청와대가 민다’ ‘친박 주류가 민다’는 등 소위 ‘박심 마케팅’을 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는 대통령을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 이중 플레이나 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발언은 서울시장 경선에서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지원하는 배후 세력으로 지목받고 있는 친박 주류를 정조준한 것. ‘원조 친박’인 이 최고위원이 ‘박심 마케팅’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친박 내부의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가 됐다.
아직 초반전인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한 잡음이 커지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친박 주류와 비주류 간의 당내 갈등도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이다.
‘현대중공업 주식 백지 신탁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정몽준 의원 측은 친박 진영의 조직적 흔들기라며 불쾌한 반응을 감추지 않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방선거 필승 전략 차원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찾고 있는 것”이라며 “후보 선출 과정은 당이 중심이 돼 공정하게 진행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 지도부는 파문 진화에 나섰지만…
여권의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은 서울 이외에 경기지사와 인천시장, 부산시장 등 전국에 걸쳐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는 원유철, 정병국 의원과 김영선 전 의원이 이미 출사표를 낸 가운데 5선의 남경필 의원 차출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시장에 도전장을 낸 이학재 의원은 공인된 친박 핵심이지만 친박 주류 진영에선 황우여 대표 등을 차출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친박 중진인 서병수 의원이 ‘박심’을 부각시키자 경쟁자인 박민식 의원은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지방선거를 전후해 5월 원내대표 선거, 8월경 당 대표 선출 등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문제가 지방선거 공천과 맞물리면서 여권 핵심부가 더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울산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친박 중진 정갑윤 의원이 9일 돌연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이런 기류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 일각에선 여권 핵심부가 정 의원에게 차기 원내대표나 후반기 국회부의장, 입각 등을 맡기는 조건으로 ‘교통정리’를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당 안팎에선 ‘보이지 않는 손’으로 친박 핵심 당직자들과 청와대 고위급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이 전달하는 것이 박 대통령의 ‘진의’일 수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새누리당은 이날 대변인 현안 브리핑을 통해 “국민이 우려하는 줄 세우기 공천, 계파 나눠먹기 공천 같은 모습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박심’ 논란 차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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