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취임 1주년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위상과 기능 조정에 분주하다. 박 대통령이 주문한 통일준비위의 역할은 통일 여론 수렴부터 남북 교류 확대, 통일 청사진 마련, 세대간 국민대통합까지 실로 방대하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선 통일부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과 역할 및 기능이 상당 부분 겹칠 수 있어 ‘옥상옥(屋上屋)’ 논란도 일고 있다.
‘작은 청와대’를 내걸고 내각에 힘을 실어주겠다던 박 대통령의 취임 초 구상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가 신설한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대부분 없앤 뒤 다시 새로운 위원회를 만드는 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있다. 일각에선 ‘집권 2년차 증후군’이라는 말도 나온다. 부처에만 일을 맡겨서는 성과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는 초조감에 집권 2년차를 맞아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현상이다.
이명박 정부 때도 비슷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집권 2년차를 맞은 2009년 대통령 직속으로 녹색성장위원회와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신설했다. 이어 같은 해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사회통합위원회 등을 잇달아 만들어 관련 현안을 직접 챙겼다. 대통령의 의지가 실린 직속 위원회를 만들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정책이나 기능을 통합 조율할 수 있고, 민간의 다양한 의견도 순발력 있게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기존의 지역발전위원회를 제외하고 대통령 소속 위원회의 폐지를 원칙으로 한다’고 선언했다. 각종 위원회가 예산만 낭비할 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대신 국민대통합위와 청년위를 신설해 기존 지역발전위까지 3개만을 남기겠다고 했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이 신설한 5개 위원회는 모두 폐지됐다. 녹색성장위만이 대통령 직속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바뀌어 존속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4대 국정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을 실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를 신설했다. 이어 집권 2년차를 시작하며 통일준비위 신설 카드를 새로 꺼냈다. 박 대통령이 통일 이슈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데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문제는 정책 집행 기능이 없는 위원회의 실효성이다. 국민대통합위 등 기존 대통령 직속 위원회도 아직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굳이 새로운 위원회를 신설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는 “통일 이슈에 대한 자신감과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이 결합돼 통일준비위 신설을 구상한 것 같다”며 “하지만 역대 수많은 위원회가 성과를 내기보다 청와대로 힘이 쏠리면서 내각의 활력만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준비위를 구성한다면 야당도 위원들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해 여야가 함께 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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