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출국한다. 올해 두 번째 해외 순방이다. 24,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독일을 국빈 방문한다.
핵안보정상회의는 53개국 정상과 유엔, 유럽연합(EU), 국제원자력기구(IAEA), 인터폴 등 4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하는 안보 분야 최대 정상회의다. 박 대통령은 개막 세션 모두연설에서 핵 테러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책임을 강조하고 북핵 문제 공론화에 나선다.
하지만 관심은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열릴 한미일, 한중 정상회담에 맞춰져 있다. 박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갖는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왜곡된 과거사 인식을 비판하며 지금까지 일본의 구애를 뿌리쳐 왔다. 하지만 한일 간 중재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요청까지 거절하기는 힘들었다.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한일 과거사 문제는 논의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21일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핵 및 핵 비확산 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양국 간 ‘뜨거운 감자’를 피한 채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한미일 공조만을 과시한다는 얘기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한일 간 역사 문제 해결을 촉구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일 정상회담이 한일 정상회담으로 나아가려면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일본 외무성으로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4월 중순 우리 측과 진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아베 총리가 최근 국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전향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본의 진정성에 대한 청와대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청와대가 아닌 외교부에서 처음 발표한 것도 이번 만남에 큰 비중을 두지 않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일 관계에서는 중국도 변수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의장국이었지만 과거사 및 영토 문제로 일본과 치열하게 대립하는 중국의 반대로 3국 정상회의를 열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과의 동맹을 단단히 하고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공조도 강화해야 하는 ‘3각 외교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미 세 차례나 만났음에도 외교적 쏠림을 피하기 위해 헤이그에서 시급히 한중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26일 열린다. 박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를 만나는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2000년 한나라당 부총재였던 박 대통령은 재외공관 국정감사를 위해 독일을 방문하여 당시 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 당수인 메르켈 총리와 처음 만나 14년간 교분을 쌓아 왔다.
27일에는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서독 외교장관을 지낸 한스 디트리히 겐셔 등 독일 통일의 주역들을 만나 한반도 통일을 위한 조언을 듣는다. 이어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연방 부총리 겸 경제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도 논의한다. 박 대통령이 내놓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는 중소·중견기업을 ‘히든 챔피언(숨은 강소기업)’으로 육성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독일은 히든 챔피언이 경제를 견인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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