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홈피 “대통령이 참사 책임” 공방… 접속 폭주로 수차례 다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9일 03시 00분


‘대통령이어선 안되는 이유’ 글에… ‘대통령이어야 하는 이유’ 반박
첫 게시자 “퍼온 글” 삭제 했지만… 원작성자가 다시 올려 논란 증폭

청와대 홈페이지(www.president.go.kr) 자유게시판이 28일 여러 차례 다운됐다. 한때 홈페이지가 해킹을 당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원인은 접속 폭주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평소 하루 평균 접속자가 7000명 정도인데 다운될 때는 2∼3배로 그 수가 늘었고, 동시 접속자 수도 많아 속도가 느려졌다”고 설명했다.

접속자가 폭주한 것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을 둘러싸고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정모 씨가 전날 오전 9시 51분에 올린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불을 댕겼다. 이 글은 조회 수가 40만여 건에 이르렀다. 정 씨가 직접 쓴 것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감독인 박성미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정 씨가 퍼 나른 것으로 확인됐다.

박 씨는 이 글에서 “대통령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뭔지도 몰랐다. 책임을 지지 않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며 “진심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원한다”고 썼다.

이 글이 반향을 일으키자 청와대 자유게시판에는 ‘박근혜, 대통령이어야 하는 이유’ 등 반박 글이 잇따랐다. 이 때문에 포털 사이트에서는 한때 ‘청와대’가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8일 밤까지도 청와대가 인기 검색어 상위에 오르는 등 누리꾼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정 씨는 자신이 퍼 나른 글이 크게 논란이 되자 28일 오전 8시 53분 자유게시판에 ‘글 삭제를 원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청와대는 ‘자유게시판은 (글을 올린) 본인만이 삭제할 수 있다’고 안내했고, 정 씨는 이날 오전 자신이 올린 글 2건을 직접 삭제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원작성자 박 씨는 트위터에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이 열리면 제가 다시 (글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박 씨는 실제 이날 오후 6시 23분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당신이 대통령이어서는 안 되는 이유 다시 올립니다’라는 제목으로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글을 게시하며 박 씨는 “페이스북 친구 중 어느 분이 답답한 마음에 대통령 보라고 이 글을 청와대 게시판으로 가져온 것 같다”며 “덕분에 널리 읽힐 수 있게 되어 고마운 마음이다. 글은 내가 썼으나 용기는 그분이 내어주신 셈이다”라고 적었다. 이 글은 순식간에 4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댓글도 300건이 넘게 달렸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현상이었다.

처음 글을 올린 정 씨가 게시글을 삭제하고 박 씨가 새로 글을 올리기 전에도 이모 씨 등이 ‘이런 대통령이라면 필요 없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박 씨의 글을 청와대 게시판에 퍼 날랐다.

박 씨는 자신의 글에서 “숱한 사회운동을 지지했으나 솔직히 대통령을 비판해 본 적은 거의 없다”고 적었다. 하지만 박 씨의 페이스북에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촛불시위 포스터와 지난해 12월 28일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 사진 등이 올려져 있다. 또 노조의 주장에 적극 동조하는 내용도 다수 있었다.

박 씨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에서 영화 공부를 하고 2007년부터 단편 작품들을 발표해왔으며 현재도 시나리오 작업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청와대#대통령#세월호#박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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