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 패스트트랙 추진…본회의 상정까지 270일 이상 소요
선거제 패스트트랙 가능하지만…한국당 반발로 국회 마비 우려
자유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편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자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최근 선거제도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논의에 착수했다. 패스트트랙은 해당 상임위에서 재적 의원 5분의 3 찬성으로 특정 법안이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될 경우, 국회 논의기간이 최장 330일을 넘기면 해당 법안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되는 제도다.
그러나 선거제 패스트트랙 실현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이들 여야 4당이 선거제 개정안 외에도 다른 개혁입법을 묶어 ‘패키지 합의’를 이뤄내야 하는 탓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 소속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간사들은 민주당이 제시한 선거제 개편안(案)을 중심으로 단일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선거제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올리게 된다면 네 당 간에 합의하는 내용을 이번 주말까지 완성해서 상정하는 과정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적어도 사법개혁, 공수처 설치 법안이나 민생 개혁 중에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하고 네 당이 동의할 수 있는 정도의 법안 하나를 함께 묶어서 선거개혁, 사법개혁, 민생개혁 등 세개 안 정도를 패스트트랙으로 올려놓고 국회에서 뭔가 일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민주당이 제시한 개혁법안 패키지 처리는 여야 4당 간 선거제도 협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3월 임시국회에서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할 법안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및 최저임금제 개선을 위한 노동관련입법과 경제민주화입법, 권력기관개혁법안 등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여야 4당 가운데 바른미래당은 선거제 개정안 외에 개혁법안과 관련한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데 난항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당내 논의에서 개혁법안을 확정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을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까지 1년에 가까운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지적된다.
선거제 법안의 경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정개특위에서 180일간 심사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심사가 미완료될 경우엔 법제사법위원회에 자동으로 회부되며, 법사위에서도 심사가 미완료될 경우 90일이 지나 본회의로 부의된다. 본회의 부의 이후에도 60일 이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기간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본회의에 법안이 자동으로 상정된다.
국회 관계자는 “대개는 국회의장이 교섭단체와 합의를 거쳐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하지만, 국회의장 권한으로 선거제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는 있다”며 “이 경우엔 해당 법안이 소관 상임위와 법사위를 거쳐 270일이 지난 뒤 본회의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 4당이 한국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본회의에서 선거제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270일에서 330일이 넘는 긴 기간이 걸리는 것이다. 물론 이 기간에 한국당의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이들 4당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패스트트랙 추진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야 3당 소속 한 의원은 “물론 여야 4당이 극적으로 합의해서 선거제 단일안을 마련한 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추진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한국당의 보이콧으로 국회가 마비될 여지가 있어서 패스트트랙 추진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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