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이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선거제 개편안(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을 수용했다.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놓고 막판 절충 중인 민주당과 야3당은 선거제 관련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 등을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할 태세다. 한국당이 “입법 쿠데타”라며 반발하고 있어 모처럼 열린 3월 국회도 다시 표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당을 포함한 여야 5당은 지난해 12월 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관련 법안을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며, 동시에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과 연동시켜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다.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에서 패자가 얻은 표는 대부분 사표(死票)가 되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표의 등가성을 높일 수 있다. 소수당이 원내에 진출할 기회가 넓어져 거대 양당의 극한 대립과 지역주의 완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비례대표는 지역구 진출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나 여성, 전문가 그룹을 국회로 끌어오는 정치적 통로 역할을 해왔다. 밀실 공천 등 부작용도 없지 않았지만 입법기관이 다루는 의제를 다양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런 점에서 비례대표 폐지보다는 한 차원 끌어올리는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하지만 선거제는 경기의 룰이다. 룰이 불공정 시비에 휩쓸리면 선거 결과에 승복하기 어려워진다. 과거 선거제 협상이 아무리 진통을 겪어도 일방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이유다. 그래서 12·15 합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신속처리 안건에 선거제와 무관한 법안을 끼워 넣으려는 것은 선거제 개편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 서로 판을 깨지 않기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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