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공수처법 2개 동시지정’ 수용… 특위 회의실 옮겨 한밤 투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0일 03시 00분


[여야4당 패스트트랙 지정]패스트트랙 ‘롤러코스터 하루’

민주-평화당 한자리에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특위 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끝난 
직후 이해찬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와 의총장 앞에서 기다리던 민주평화당 의원들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평화당
 조배숙 의원, 정동영 대표, 이 대표, 박지원 의원.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민주-평화당 한자리에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특위 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끝난 직후 이해찬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와 의총장 앞에서 기다리던 민주평화당 의원들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평화당 조배숙 의원, 정동영 대표, 이 대표, 박지원 의원.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29일 밤, 30일 새벽에 잇따라 처리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편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은 바른미래당의 내분과 봉합, 4당 간 이견, 한국당의 저지 등으로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시작은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당 회의에서 제2의 공수처 설치법의 동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제안하면서부터다. 김 원내대표가 “여야 4당 합의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리지 않으면 더 이상의 패스트트랙 진행은 없다”고 배수진을 치며 제안한 또 다른 공수처 설치법안은 같은 당 권은희 의원의 발의안이었다. 지난주 김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을 서두르며 권 의원과 오신환 의원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잇따라 강제 사임시켰다. 그러나 당내 역풍으로 패스트트랙 자체가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김 원내대표가 권 의원을 만나 사과하고 절충안을 마련한 것. 여야 4당 합의안과 권 의원 안의 차이의 핵심은 공수처 내 기소심의위원회 설치다. 공수처의 기소는 일반인 배심원으로 구성된 기소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의원총회에 이어 최고위원-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연석회의를 잇달아 열고 김 원내대표의 제안을 수용할지 논의했다. 의총에선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를 만나 법안 발의를 만류했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결국 민주당은 다시 의총을 열고 바른미래당 요구를 수용해 공수처 설치 법안 2개 모두 패스트트랙에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한때 바른미래당의 제안에 반발했던 민주평화당은 민주-평화-바른미래당 원내지도부 회동 이후에 기류가 급변해 오후 9시 의총에서 2개 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데 동의했다. 민주당은 곧바로 오후 10시 반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등 의사 일정과 회의실을 잡고 의원들을 투입하면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시도했다.

국회 회의장 곳곳에서 비상 대기하던 한국당 의원들은 스크럼을 짜고 회의실 앞 바닥에 누워 의원들의 진입을 막았다. 여야 4당은 특위 회의실을 몇 차례 바꿔 가며 한국당 의원들을 따돌렸고 사개특위 위원들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 정개특위 위원들은 정무위원회 회의실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뒤늦게 회의실로 쫓아온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은 “좌파독재 독재타도” “원천 무효” 등을 외치며 회의를 막으려 했다.


여야 의원들의 고성 속에 민주당 소속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은 권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 설치 법안을 상정했고, 백혜련 의원은 자신이 이미 대표 발의한 공수처 법안에 대한 제안 설명을 진행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때문에 회의 진행이 어려워지자 이 위원장은 “위원회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국회 경위들은 회의를 방해하는 의원들을 끌어내 달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한국당 소속 사개특위 위원들은 “불법 사·보임으로 개최된 불법 회의”라고 의사진행 발언을 하며 회의를 지연시켰다. 강제 사임된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은 사개특위 회의실 책상 끝에 앉아 “불법 사·보임 원천무효”라며 발언권을 요청했다. 이혜훈 하태경 의원 등 바른미래당 반대파 의원들도 “발언권 주라”고 항의했다.

몸싸움 대신 구호와 항의 속에 결국 29일 밤 무기명 투표를 통해 2개의 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표결이 선포될 때 “날치기이고 무효”라고 소리쳤다. 이어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30일 0시 이후 차수를 바꿔 전체회의를 연 뒤 공직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표결 처리했다.

최우열 dnsp@donga.com·박효목 기자
#패스트트랙 지정#공수처 설치법#선거제 개편안#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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