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갈팡질팡… 한국당 결사 반대… ‘선거법 블랙홀’ 빠진 국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7일 03시 00분


본회의 못열고 극단 대치

국회가 갈수록 ‘선거법 블랙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밥그릇 챙기기에 골몰하는 군소 야당들과 결사반대를 외치는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갈팡질팡하며 눈치작전만 이어갔다. 각 당의 힘겨루기 속에 시급한 내년도 예산부수법안과 200개 가까운 민생법안이 인질로 붙잡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 눈치 보다 ‘자승자박’ 민주당

당초 ‘4+1’ 협의체는 여야 원내대표 3당 회동이 결렬되면 16일 선거법 등 합의안을 마련해 본회의에서 상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4+1 협의체는 이날도 상정은커녕 연동형 캡 30석과 석패율제 도입을 둘러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단일안 마련에 실패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4월에 패스트트랙에 올린 원안의 정신과 원칙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고 배수진을 쳤다. 지역구 225석+비례 75석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 원안에 대해서는 지역구 의석수 감소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 원안 상정 시 자칫 여권이 추진하는 선거제도 개편이 물 건너갈 수 있다. 그만큼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군소 야당들과 한국당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민주당은 ‘4+1’ 협상이 뜻대로 안 되면 원안을 상정해 부결돼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전날부터 꺼내 들고 있는 ‘당 중진 재선 보장용 석패율제’라는 비판에 대해선 페이스북을 통해 “걱정하신다면 중진에게 석패율제가 적용되지 않도록 선거법에 명문화할 것을 제안한다. (저는) 당당히 지역구민의 선택으로 승부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날까지도 4+1 합의안이 진전이 없자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최우선 과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처리를 위해 선거제 개정을 ‘미끼’로 4+1 협의체를 구성하려다가 자승자박(自繩自縛)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아무것도 안 될 수 있다. 부결되더라도 원안대로 상정하는 게 낫다”며 “내년 총선에서 공수처 설치 등 개혁을 위해 국회선진화법의 장벽을 뚫고 법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는 180석을 달라고 호소해야 한다. 공수처 설치법은 21대 국회에서 처리해도 된다”고 말했다.

○ 협상 사실상 거부하며 거리로 나선 한국당


제1야당인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결사반대를 외치면서 극단적인 대치만 이어가는 것도 국회 파행의 한 원인이다. 한국당은 지난달 29일 199개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을 시작으로 13일엔 ‘임시국회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민생법안 처리를 가로막으며 번번이 본회의 개최를 무산시켰다.

황교안 대표는 “여권 (4+1 협의체) 정당들이 의석 나눠먹기 밥그릇 싸움을 하다가 욕심을 다 못 채우니 파투가 났다”며 “연동형 비례제는 정계 은퇴해야 마땅한 구태 정치인들의 연명 장치이자 노후 보장제도라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상 의장은 이날 본회의 연기를 선언한 뒤 입장문을 통해 “한국 정치에 데모크라시는 온데간데없고, 비토크라시(Vetocracy)만 난무하고 있다”며 “대화와 타협이 아닌 거부와 반대만 일삼는 정치, 상대를 경쟁자, 라이벌이 아닌 에너미, 적으로 여기는 극단의 정치만 이뤄지는 상황에 자괴감을 느낀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지현·최고야 기자
#국회#선거법 개정안#패스트트랙#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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