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의 ‘룰’을 정하는 선거법개정안 협상이 여당의 결단만을 남겨두고 있다.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가칭)은 지역구 250석에 비례대표 50석을 골자로 비례 30석에만 연동률 50%를 적용하자는 민주당 절충안을 내년 총선에만 한시적으로 실시한다는 조건을 달아 받아들였다. 대신 석패율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18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참여 정당·정치그룹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야 3당과 대안신당은 선거법개정안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이들은 민주당이 제안한 30석 연동형 배분 상한(연동형 캡)을 받아들이기로 양보했다. 대신 민주당이 반대입장으로 돌아선 ‘석패율제’는 도입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이 막판 카드로 던진 ‘이중등록제’는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손익계산이 치열한 가운데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이번 합의는 각 정당의 이해관계를 좁히지 못해 연동률 50%를 비례대표 30석에만 적용하자는 민주당 제안을 내년 총선에만 한시적으로 하자는 조건을 단 절충안의 성격으로 바뀌게 됐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와 다음 정권의 초반기를 함께 할 국회 구성이 결정되는 내년 총선이기에, 민주당이나 다른 정당들도 저마다 의석수 최대 확보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몇백표차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 민주당 의원들의 경우 석패율제 도입에 따른 표 분산에 민감한 분위기다.
민주당을 제외한 3+1이 합의를 도출하면서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 원내대표실에서 원내대표단 회의와 오후 3시 의원총회를 갖고 논의에 들어간다.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온 민주당이 입장을 바꿔 석패율제 적용 의석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3+1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이날 오후에라도 선거법 개정안 극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정의당 심상정·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 등 민주당을 제외한 ‘4+1’ 협의체 참여 정당·정치그룹 대표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배분 상한인 캡(cap) 30석 한시적 적용과 석패율제 도입 등에 합의했다.
손학규 대표는 회동 후 “우리 4당 대표는 확고한 공조로 선거제 개혁·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완수해나가겠다”며 “이에 따라 선거제 개혁 논의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4+1’ 원내대표급 회담에서 논의한 30석을 연동형 배분 상한(연동형 캡)으로 하는 방안을 수용한다. 단, 캡은 21대 총선에 한해 적용하기로 한다”며 “석패율제는 지역구도 완화를 위해 도입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이날 야3당과 대안신당이 모두 연동형 캡을 전격 수용하기로 하면서 남은 쟁점은 석패율제 도입 여부로 좁혀졌다.
손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선거법 개정안 원안)으로 여야 4당 대표가 합의했던 내용을 지켜야 하지만 당내 지역구도 형편상 어쩔 수 없다고 하니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을 하기로 한 것”이라며 “그 안에서 캡 씌우는 것은 맞지는 않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확보하기 위해 양보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총선에 한해서다”라면서, 한발 물러서 대승적으로 민주당의 제안을 수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당초 취지를 훼손하는 안이지만, 일단 연동형 비례대표제 방향으로 가는 첫 발을 뗐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그는 “석패율제는 최근 민주당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정치의 아주 큰 병폐인 지역 구도를 철폐하고 완화하기 위해 최소한이라도 도입해야 한다”며 “이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렇게 절실히 원하던 바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석패율제와 관련해 민주당과 사전 합의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우리 4당이 합의해 민주당이 이걸 받으라는 이야기”라고 했다. 민주당이 막판 수정안으로 던진 ‘이중등록제’에 대해선 “중진우대제 방식이 될 수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정의당과 민주평화당 등이 주장해온 석패율제를 “중진 구제용”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대신 독일의 ‘이중등록제’ 등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중등록제는 지역구 후보자 중 ‘일부’만 비례대표 후보로 올리는 제도다. 지역구 후보자 ‘전원’이 비례대표 후보로 자동 입후보되는 석패율제와 다르기에, 민주당 입장에선 정의당과의 표 분산을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정동영 대표는 “나머지 부분은 원안대로 유지하고, 봉쇄조항(비례대표 배분 정당득표율 최소 기준 3%)에 대해 민주당이 원안을 변경하자는 제안이 있었는데, 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한 원동력인 시민사회 요구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인데다 원래 약속을 뒤집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존 3%를) 그냥 유지하면 된다”고 못박았다.
손 대표는 “공은 (민주당에) 넘어갔다”고 민주당의 결단을 촉구했다.
남은 변수는 민주당 내 반발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3+1 합의문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에선 석패율제에 대한 반발이 강하다”고 언급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역시 합의문에 대해 “일단 의총때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며 “(3+1이 석패율제로 합의했지만)우리가 더 똘똘 뭉쳤고 우리 의석이 더 많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결국 민주당이 최종 실무협상을 통해, 석패율제를 가급적 최소화해 받아들이는 안으로 접점을 찾을 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유성엽 추진위원장은 합의문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석패율제는 민주당에서 깊이 고민할 것”이라며 “(3석~9석 사이에서 결정될 석패율제는) 일단 민주당 반응을 지켜보자”고 언급했다. 이어 “사실 경제도 이렇게 어려워져가고, 국민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다고 하고 있는데 국민 입장에서 선거제 개혁과 검찰 개혁 의미라는 것이 강 건너 불구경 같을 것이고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민주당까지 포함한 ‘4+1’ 협의체는 이날 원내대표급 회담을 열고 야 3당과 대안신당의 합의문을 전제로 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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