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넘은 선거제 공방, 15분만에 본회의 가결…논의부터 통과까지

  • 뉴스1
  • 입력 2019년 12월 27일 17시 51분


내년 총선 룰을 결정지을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1년이 넘는 공방 끝에 27일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날 오후 3시 개의된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는 재석 167표, 찬성 156표, 반대 10표, 기권 1표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선거법 개정 요구는 해묵은 정치권의 과제였다. 사표를 줄여 민심을 최대한 반영한 국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20대 국회 들어서는 2017년 헌법개정특별위원회, 2018년 1~6월 개헌·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개정 논의가 이어져 왔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의 시작은 2018년 7월 출범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선거법 개정 요구와 맞물리며 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함께 출범했다.

그러나 첫발을 떼기 무섭게 연이은 위기를 맞았다. 당시 19명의 정개특위 위원 중 1석은 비교섭단체인 민주평화당(당시 14석)과 정의당(6석)이 결성한 교섭단체급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총합 20석) 몫이었다. 하지만 정의당의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이 검찰 수사 도중 갑작스럽게 사망하며 교섭단체 지위를 잃었고, 위원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한국당의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여야 교섭단체 간 합의 끝에 3개월 뒤인 10월에야 심상정 당시 정의당 의원이 정개특위 위원장직에 오르며 선거법 논의의 닻이 올랐다. 하지만 민주당과 한국당, 군소정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의원정수 확대 등을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논의가 공전했고, 그해 12월 급기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당시 정의당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며 극적으로 여야 5당간 합의가 마련됐다.

당시 여야 5당 합의문 1항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이 쓰였다. 2항에는 ‘의원 정수(10% 이내 확대 여부 등 포함해 검토)’가 담겼다. 하지만 합의에 서명했던 나경원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가 입장을 달리하면서 선거법 논의는 다시 표류했다. 이듬해 한국당은 의원정수 확대 대신 ‘비례대표 의석 폐지’가 담긴 ‘의원정수 270석 안(案)’을 내놨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민주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의 공조가 이뤄진 것도 이 즈음이다. 이들은 4월30일 한국당의 거센 반발 속에 정개특위에서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 연동률 50% 적용’이 명시된 심상정 의원안을 패스트트랙에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전과 다름없는 거친 몸싸움을 불사한 ‘동물 국회’ 사태가 불거졌고, 여야 국회의원 110명에 대한 무더기 고소·고발이 이뤄졌다. 이때 이뤄진 고소·고발 수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이후에도 선거법 개정안은 매순간 고비를 넘겨야 했다. 6월31일까지인 활동 시한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 끝에 이틀 전인 28일에서야 여야 교섭단체 3당이 시한 연장에 합의했다. 8월30일까지 두 달간 활동 시한을 벌었지만, 이후 민주당과 한국당이 정개특위·사개특위 중 어느 곳의 위원장 몫을 가져갈지를 두고 셈법 대결을 벌였다.

민주당이 홍영표 전 원내대표를 정개특위 위원장에 선임하면서 해소될 듯하던 갈등은 개정 및 상정 권한을 쥔 ‘1소위원장’ 몫을 놓고 도돌이표를 찍었다. 결국 개정안은 시한 종료 하루 전인 8월29일 의결됐다. 하지만 엎친데 덮친 격으로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전 위원장이던 심상정 의원이 민주당에 의해 ‘해고 당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여야 4당 공조에서 균열이 이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정개특위 의결을 강행한 뒤 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은 한층 더 심화했다.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하에 여야 5당 대표급 ‘정치협상회의’,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실무단급 ‘3+3’ 회의 등 다양한 협상 채널이 신설됐지만 모두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국당은 협상 대신 대여(對與) 투쟁 노선을 택했고, 결국 한국당을 배제한 ‘4+1 협의체’ 채널이 가동됐다. 이달 초 심재철 신임 한국당 원내대표가 선출되며 교섭단체 협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었지만 이마저도 무산되며 4+1 협의체는 지난 10일 내년도 예산안을 강행 처리, 선거법을 포함한 패스트트랙 수정안 작업에 본격 돌입하기에 이르렀다.

4+1 협의체 논의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의원정수를 동결한 채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수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각 정당이 손해를 입지 않으려는 치열한 ‘밥그릇 싸움’을 벌였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대안신당(가칭)이 동의한 ‘잠정 합의안’에 정의당·평화당이 반대하며 균열이 가시화하기도 했다. 이날 통과된 선거법 개정안은 김관영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4+1 협의체의 최종 수정안으로,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을 현행대로 유지하되 비례 30석에 ‘상한선(캡)’을 씌워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게 골자다. 쟁점이던 석패율제나 이중등록제, 봉쇄조항 상향조정 등은 모두 포함되지 않았다.

선거법 개정안은 통과됐지만 이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구성을 좌우할 ‘게임의 룰(규칙)’을 제1야당 없이 확정한 데다, 한국당이 비례대표 전담용 ‘위성정당’ 설립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위성정당 설립시 지역구뿐 아니라 비례대표 의석까지 최대한 확보가 가능하다고 자신하는 반면, 4+1 협의체는 이를 막을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관위의 제동을 기대하고 있지만, 정당 설립 및 활동의 자유를 제약할 수 없다는 ‘위헌 소지’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내년 총선 결과는 안갯속에 빠질 전망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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