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지방선거]여권 “靑, 새판짜기 나선 것 아니냐”… 거세지는 朴心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2일 03시 00분


靑 “이길 후보 중요… 공천 개입안해”… ‘보이지 않는 손’ 논란 진화 안간힘
靑정무비서관, 지난주 남경필 만나… 黨내부 “경기지사 출마 권유했을 것”

6·4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여권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손’ 논란에 청와대는 냉가슴을 앓고 있다. 청와대는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아닌 민심(民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일찌감치 출사표를 낸 주자들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중진 차출론에 새 인물 영입설 등이 맞물리면서 결국 청와대가 새 판 짜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경선이 본격화되면 ‘박심 논란’은 더 거세질 태세다. 자칫 그동안 잠복해 있던 계파 갈등까지 불거지면 가뜩이나 간단치 않은 지방선거 판이 요동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후보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낼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차출이든 영입이든 거론되는 인사들을 보면 대부분 지역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선 인물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박심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지지를 받아 이길 수 있는 후보”라고 말했다. ‘낙하산 공천’은 없다는 얘기다. 현재 여권에서 거론되는 황우여(인천) 남경필(경기) 의원의 차출설이나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부산) 영입설 등은 기존 후보들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지 의도적인 새 판 짜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어느 때보다 ‘인물 자질론’이 중요한 승부처다. 그런 만큼 청와대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지방선거가 정부 집권 2년차에 실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권 하반기라면 야권은 으레 ‘정권 심판론’이란 프레임을 동원하고, 실제 유권자들도 정권 평가적 투표 성향을 보여 왔다. 지방선거가 ‘집권여당의 무덤’이 된 것은 그래서다.

하지만 집권 2년차에 야권이 정권 심판론 카드를 꺼내기 힘든 데다 2010년 지방선거 때처럼 ‘무상급식’과 같은 복지 이슈를 제기하기도 쉽지 않아 지역별 인물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가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강조하는 이유다. 또 2010년 당시 여권에서 박해춘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각각 충남도지사와 경남도지사 후보로 차출했으나 모두 패배한 경험도 ‘낙하산 공천’을 꺼리는 이유로 꼽힌다.

청와대가 지방선거 후보 경쟁에 선을 긋고 나서는데도 ‘박심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데는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 주류 측의 석연찮은 행보도 한몫을 하고 있다.

주광덕 대통령정무비서관은 4일 경기도지사 차출설이 나도는 남 의원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청와대가 남 의원의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비서관이 공개된 장소에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느냐”며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선 남 의원의 도지사 출마를 종용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원조 친박’으로 꼽히는 정갑윤 의원은 울산시장 출마 선언을 한 지 13일 만에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자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의 걸음이 빨라졌다. 김 의장은 11일 본보 기자와 만나 “울산시장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2월 정기국회가 끝난 후 3월에 공식 출마선언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출마 결심으로 새누리당의 울산시장 후보 경쟁은 강길부 의원과의 양자 구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egija@donga.com·고성호 기자
#지방선거#여권#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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