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이번 6·4지방선거부터 후보자를 상향식 공천 방식으로 뽑기로 했다.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가 후보자를 ‘찍어’ 내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 자발적으로 후보자를 선출하겠다는 것이다. 제대로만 되면 ‘아래로부터의 공천 혁명’이다.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난도 만만찮다. 겉으론 상향식 공천이라고 해놓고 제한적이라고는 하지만 ‘전략공천’의 길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보다는 2년 뒤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 때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략공천’을 빌미로 언제든지 중앙당 차원에서 낙하산 공천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 전략공천의 길은 열어놓았다
새누리당이 25일 전국위원회에서 확정한 상향식 공천제는 해당 지역 당원과 지역주민의 뜻을 50 대 50으로 반영해 후보자를 선출하는 것이다. 지역별 사정에 따라 국민참여선거인단을 구성할 수 없을 경우 여론조사로 대체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뒀다.
당초 당 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회는 여성·장애인만 제외하고 ‘상향식 공천’을 전면 도입하는 개정안을 확정했지만 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역에도 전략공천과 같은 개념인 ‘우선공천’을 실시하도록 개정안을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최경환 원내대표 등 친박(친박근혜)계 주류가 전략공천의 필요성을 역설한 반면 황우여 대표는 개정안 원안 유지를 주장하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당 지도부는 “여성과 장애인, 정치 신인이 진출할 길을 열어놓아야 한다”며 대상 지역을 공천 신청자의 경쟁력이 크게 낮은 지역 등으로 한정했지만 언제든지 중앙당이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 경쟁력 평가 고무줄 잣대 논란
김무성 홍일표 의원 등은 “전략공천을 유지하려면 여론조사 같은 객관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해 전국위원회에선 ‘여론조사 등을 참조하여’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른바 ‘공천 학살’로 불리는 중앙당 공천심사기구의 자의적 공천 가능성을 막기 위해 안전장치를 둔 것이다.
하지만 문제점도 없지 않다. 여론조사 기준이 과연 최선이냐는 반론도 나온다. 그동안 후보자들의 ‘컷오프’를 위한 여론조사 적용 기준이 들쭉날쭉해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후보자의 당락을 결정하는 여론조사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를 두고 내부적인 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론조사 기준을 남용할 경우 치열한 경선을 통해 후보들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컨벤션 효과’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 “여론조사 경선은 돈 선거 문제”
당내에선 상향식 공천제가 장밋빛 청사진으로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설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 등의 현역 프리미엄만 강화하는 장치로 변질될 수 있다는 얘기다. 어쩌면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고 지역주민의 뜻을 반영한다는 상향식 공천제의 명분이 현실과 동떨어진 허울뿐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상향식 공천을 하면 (현장에서는) 난리가 난다”며 “여론조사 경선을 하면 돈 선거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23일 공직 후보자에 대한 상향식 공천을 약속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아직까지 기초선거 공천 폐지 여부에 대한 최종 의견을 확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방선거에서 상향식 공천제를 확대 실시할지에 대한 당론 결정에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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