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예비후보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28일 예정된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당의 경선 룰 결정에 반발한 것이다. 김 전 총리는 “생각이 정리되면 연락하겠다”며 캠프와도 연락을 끊었다. 캠프 일각에서 ‘경선 포기’ 주장이 나올 정도로 격앙된 분위기다.
이틀째 이어진 김 전 총리의 ‘시위’는 경선 룰을 둘러싼 지도부의 오락가락하는 행보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여론조사에서 10%를 넘지 못한 이혜훈 최고위원을 컷오프하지 않자 김 전 총리 캠프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캠프 내부에선 친박(친박근혜)에서 지지 기반이 상당 부분 겹치는 이 최고위원이 경선에 참여함으로써 정몽준 의원과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기가 더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순회경선 방침을 밝혔다가 ‘원샷 투표’로 바뀐 데 대해서도 불만이 크다. 정 의원과의 1 대 1 구도를 만든 뒤 순회경선으로 바람을 일으켜 역전한다는 구상이 공천위의 결정으로 깨졌다는 것이다.
김 전 총리 캠프의 유성식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천관리위원회가 보여준 무책임과 무능, 오락가락하는 행태에서 빚어진 혼선, 그로 인한 김 후보의 일방적 피해를 더는 묵과할 수 없다”며 지도부의 해명과 후속 조치를 요구했다.
당 안팎에선 김 전 총리가 ‘룰의 전쟁’에서 밀렸다는 평가가 많다. 김 전 총리가 실리는 얻지 못한 채 친박의 ‘부당한’ 지원을 받는 후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생겨 상처만 입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황이다.
실제 이 최고위원의 경선 참여로 50%를 차지하는 당원·대의원 선거에서 친박 표심이 분열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식 출마 선언을 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지지율도 오르지 않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반전 카드가 필요한데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캠프 일각에선 ‘경선 보이콧’ 주장도 나오지만 명분이 부족한 데다 향후 정치행보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신중론이 우세하다.
한편 정 의원은 이날 성북 역세권 개발 현장을 방문하는 등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정 의원은 김 전 총리의 경선 보이콧 가능성과 관련해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박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아무것도 한 일이 없고 입당원서의 잉크도 마르지 않은 분이 당원들의 지지를 얻어 2등으로 당선된 최고위원인 저를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에 비유하냐”고 김 전 총리를 비난했다. 이에 김 전 총리 캠프 측은 “이 최고위원이 직접 정몽준 의원의 지역구인 동작구 사당동으로 이사한 날짜를 밝혀라”며 ‘정몽준-이혜훈’ 빅딜설로 맞불을 놓았다. 야당은 “이 최고위원이 중간에 사퇴하면서 정 의원을 지지하는 조건으로 정 의원 지역구의 보궐선거에 출마하도록 얘기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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