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전국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광역 단체장 선거는 인물 중심으로 화제가 만발하고, 기초단체는 공천여부를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역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와중에 매우 중요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관심을 끌지 못하는 선거가 있다. 교육감 선거다. 흔히 교육감을 '교육대통령'이라고 부르지만 교육감 선거는 주요선거와 함께 치러도, 따로 치러도 별 관심을 끌지 못한다. 2010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해 보니 교육선거에 대해 '관심이 별로, 또는 전혀 없었다'고 응답한 유권자가 58.5%나 됐다.
이번 선거라고 사정이 나아졌다는 조짐은 없다. 오히려 이번 전국 동시지방선거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첫 선거인데다, 서울 인천 경기 등에 거물급이 대거 입후보해서 당내 경선부터 관심을 끄는 바람에 교육감 선거는 더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
교육은 정치보다 더 철학이 필요한 분야다. 선거에 정치철학은 공허하나 교육철학은 중요하다. 서울과 경기라는 거대 지역에서 무상급식과 학생조례, 혁신형 학교라는 이슈를 둘러싸고 이념갈등을 빚으며 홍역을 치른 것이 얼마 전이다. 이 문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시도지사도 중요하지만, 시도 행정은 책임자가 바뀌면 바뀌는 대로 흘러간다. 그러나 교육은 누가 교육감이 되느냐에 따라 급격한 변화를 몰고 오고, 변화로 인한 갈등과 혼란은 고스란히 일선학교와 학생, 학부모들이 짊어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들이 익히 경험했던 바다. 유권자들이 교육감 선거에도 관심을 갖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어떤 교육감이 적합한지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따르면 7일 현재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람은 87명이다. 김상곤 교육감이 도지사 후보로 나서며 무주공산이 된 경기도가 13명으로 가장 많고, 부산 11명, 충북 8명, 대전 제주 각 7명, 광주 충남 각 6명, 인천 전북 각 5명, 세종 경북 각 4명, 울산 강원 각 3명, 경남 2명, 서울 대구 전남 각 1명이다. ▶ 시도별 교육감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현황 Click!
그러나 87명이라는 숫자는 그리 큰 의미가 없다. 현직 교육감들이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직 교육감은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직무가 정지되고 교육청은 대행체제로 운영한다. 그래서 현직 교육감은 가능한 한 등록을 미룬다. 교육감 후보 공식 등록일은 5월 15, 16일이어서 아직 여유가 있다.
다만 현직 교육감이 보수든, 진보든 각 진영이 추진하고 있는 단일화 경선 참여를 요구받거나, 이에 응하겠다고 밝혔을 경우에는 셈법이 조금 복잡해진다. 서울과 광주가 그렇다. 나머지 지역은 이렇다할 대항마가 없어 그런 문제가 없다.
서울의 문용린 교육감은 보수진영 단일화추진기구인 '대한민국 올바른 교육감 추대 전국회의'가 주관하는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보수 진영의 다른 후보로는 고승덕 변호사(18대 의원, 새누리당), 이상면 전 서울대 교수, 김영수 서울시 교육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안양옥 교총회장이 회원들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을 통해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고 변호사가 변수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있다.
서울시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현직 교육감도 직을 유지한 채 단일화 경선에는 참여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근무시간 외에, 불특정 다수가 아니고 경선에 관여하는 회원들 앞에서만, 사회자 없이 강연을 하거나 질의응답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경선 효과. 만약 현직 교육감이 공식등록일까지 직을 유지한 채 경선에 참여한다면 법적으로는 문제될 게 없으나, 기득권 유지에 연연한다는 역풍을 맞고 경선효과도 반감될 가능성이 많다. 추진기구가 원하는 시나리오가 아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문 교육감이 공식등록일 이전에 직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점친다.
서울지역의 진보 진영은 이미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로 단일화를 이뤘다. 다만 조 교수를 단일후보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민주성과 투명성에 대한 잡음도 없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보수 진영은 단일화 과정을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해 단일화 효과(흥행)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광주에서도 장휘국 교육감이 진보 진영 예비 후보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단일화 경선에 응하기로 했다. 장 교육감도 언제쯤 교육감 직을 내놓을지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교육감 선거의 또 다른 관심거리는 교육경력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입후보할지다. 직전 선거까지는 교육 경력이나 교육행정 경력, 또는 둘을 합쳐 5년 이상은 돼야 교육감 후보가 될 수 있었다(20년 이상을 요구한 적도 있다). 그러나 2010년 법을 개정하며 이 기준을 없애버렸다. 따라서 이번 교육감 선거에는 교육경력이 전혀 없어도 입후보할 수 있다.
하지만 7월 1일 이후의 교육감 선거에서는 최소한 3년 이상의 교육경력이 있어야 한다. 교육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 교육감이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교육계의 강력한 문제제기에 따라 5년 이상에서 3년 이상으로 조건을 완화해 자격요건을 부활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6·4 교육감선거는 입후보자의 교육경력을 묻지 않는 처음이자 마지막 선거가 되는 셈이다. 왜 이번 선거부터 '3년 이상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는가. 2010년 개정된 법에 따라 교육경력이 없는 사람이 교육감 선거를 준비해 왔는데, 갑자기 '3년 이상' 경력을 요구해 출마기회를 원천 봉쇄한다면 위헌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시간이 남아있어 어떤 사람이 더 입후보할지 모르지만, 이미 드러난 87명의 예비후보자를 보면 '교육경력 규정'이 남아있었다 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즉 교육 경력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서울에서 고승덕 변호사가 입후보를 한다면, 교육경력이 없는 대표적인 후보자가 될 것 같다. 예비후보자들 중에는 유일하게 대구의 송인정 후보(48·사업사업가·경북대 대학원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가 그런 지적을 받고 있으나, 그도 사단법인 전국학교운영위원연합회 회장직을 맡고 있어 미묘하다.
그보다는 교육 경력과 정치인 경력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이 새로운 쟁점 중의 하나다. 그런 점에서 경기도가 관심을 끌 것 같다. 조전혁 명지대 교수(18대 의원, 새누리당)와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이 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각각 교수로, 총장으로 오래 일해 왔기 때문에 교육경력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두 사람 모두 한때 정치권에 몸을 담았다는 게 논쟁거리다. 교육계에서는 이들이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켜야 하는 교육행정의 수장으로 적합한가를 묻는다. 이 질문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함의가 있다.
물론 조 교수나 이 전 장관은 이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조 교수의 경우, 전교조에 맞서 싸워온 투사의 이미지가 있고, 그 과정에서 금전적 피해까지 감내하고 있는 입장이어서 '조용한 교육자'보다는 '행동하는 교육자'로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강조하고 싶을 것이다. 이 문제도 결국 유권자의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또한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육감만이라도 대학교수 출신보다 초중등교육, 즉 보통교육을 해온 인물이 맡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교수 출신들은 초중등학교의 현실을 잘 모르기 때문에 포퓰리즘으로 흐르기 쉽다는 비판도 있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학교수 출신이 교육감으로 간접 선출되거나, 직접 선출된 경우가 하도 많아 이를 '희망하는' 게 현실적인지는 의문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투표용지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이다. 교육감은 정당 소속이 아니다. 따라서 다른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와 달리 정당 번호가 없다. 투표 용지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는 가장 위에 적힌 후보는 여당, 그 다음 후보는 제1야당 후보로 여겨왔다. 그래서 여당의 지원을 받는 후보가 가장 위에, 야당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그 다음에 기재되면 당선 확률이 그만큼 높아졌다. '로또 선거'니 '묻지마 선거'니 하는 말이 나온 건 그래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번에는 '투표용지 순환배열제'를 도입했다. 즉 각 지역마다 후보자의 순서가 달리 인쇄된 투표용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보면, 그동안 '로또 선거'가 실제로 있었는지, 있었다면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를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감 후보가 지지 정당의 광역자치단체 후보와 연계해서 선거를 치르려 하거나, 정당은 정당대로 성향이 같은 교육감 후보를 은밀하게 도우려는 행태는 이번에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얘기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그런 관행과 족쇄를 풀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교육감 선출 개선방안으로 시도지사와의 러닝메이트제, 시도지사와의 공동등록제, 교육종사자들의 제한적 직선제, 시도의회 동의를 전제로 한 대통령 임명제 등의 방안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은 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됐다.
그러나 누가 언제 현직을 사퇴하고, 정치 경력이 있는 사람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투표용지가 어떠니 저떠니 하는 것이 과연 교육감 선거의 본질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예나 지금이나 어떤 인물이 어떤 정책을 갖고 나오는지, 그 정책은 꼭 필요하고 미래지향적인지, 제시한 정책을 실현할 역량과 재원마련은 가능한지일 것이다. 그걸 간파하려면 유권자가 수고를 할 수밖에 없다.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이 다른 선거에 비해 덜 하다는 것은,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진영논리에 덜 매몰돼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조금만 노력하면 우리 지역에 맞는 교육감을 객관적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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