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부산시장, 교육감, 시의원 선거사무소가 밀집한 부산 연제구 연산교차로에서 만난 박인호 씨(49·회사원)는 부산시장 선거 판세를 이같이 예상했다. 부산역이나 도심지인 서면 일대, 부산대 앞과 해운대 등에서 만난 시민들도 지지 후보나 지지하는 이유는 서로 달랐지만 팽팽한 접전이 될 것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
○ 흔들리는 부산의 민심
부산 민심은 흔들리고 있었다. 현 정부 실세를 시장으로 뽑아 부산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의견과 20년간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진 보수정당 독점 구도를 깨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2010년을 넘어서는 최대 접전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4년 전 야권 단일후보였던 민주당 김정길 후보는 44.6%의 득표율로 허남식 한나라당 후보(55.4%)를 바짝 추격했다.
무소속 오거돈 후보의 인지도는 높았다. 40대 이상 시민들은 대부분 2004년과 2006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 출마해 두 번이나 고배를 마신 오 후보를 알고 있었다. 특히 16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춘 전 의원이 “오 후보에게 양보하겠다”며 후보직을 사퇴한 뒤 관심은 더 커졌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김철수 씨(66)는 “이제 부산도 마이(많이) 변했어예. 새누리당 깃발 달고 나오면 무조건 찍어주는 그런 데 아임니더”라고 말했다. 부산역 앞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47·여)는 “(새누리당 부산시장 후보인) 서병수는 서울에서 뭘 했는가 몰라도 부산에서 한 게 없어예. 누군지도 잘 모르겠어예”라고 했다.
하지만 서 후보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서강대 1년 후배이자 2012년 대선 때 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서 후보의 정치력과 문제해결 능력에 기대를 걸었다.
50, 60대는 여전히 새누리당과 서 후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부산 기장군에서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박모 씨(57)는 “이번 시장은 힘 있는 정치인이 돼야 함니더. 관료 출신 허남식 시장이 부산을 살리지 못했는데 오거돈 같은 부산 출신 관료를 또 시키면 안 되지예”라고 했다. 부산대 앞에서 만난 60대 시민도 “정권 실세가 (시장이) 돼야 서울에서 돈도 좀 끌어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나지 않겠습니꺼”라고 말했다.
○ 친박 실세냐, 지역 밀착 행정가냐
서 후보와 오 후보의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당초 동아일보가 12, 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서 후보와 김 후보, 오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37.5%, 11.0%, 27.9%였다. 김 후보와 오 후보 지지율을 단순 합산하면 38.9%로 서 후보가 흔들릴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가능성은 현실이 됐다. 김 후보 사퇴 이후 서 후보와 오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20일 공중파TV 3사 여론조사에선 서 후보가 39.6%, 오 후보가 34.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서 후보는 오 후보를 ‘위장(僞裝) 무소속 후보’라고 몰아붙인다. 오 후보는 변화를 바라는 ‘밑바닥 민심’에 호소한다. 세월호 참사로 새누리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후보 단일화가 성공한 것은 오 후보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여당 지지세가 강한 부산에서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 표가 결집할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판세는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 후보는 ‘친박(친박근혜) 실세’라는 점을 적극 강조하는 전략을 택했다. ‘힘 있는 시장론’이다. 2월 말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 앞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서부산 개발 이슈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오 후보는 30년간 부산시정을 담당하고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행정 전문가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정치인 서병수와 차별화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는 ‘무소속 시민후보’를 표방하며 새정치민주연합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부산대 김용철 교수(행정학)는 “변화를 바라는 부산 민심과 후보 단일화, 인지도 등의 측면에서 현재로선 서 후보가 백중열세”라며 “이제부턴 두 후보가 자신의 능력과 비전을 얼마만큼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지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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