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의원, 정당 보고 찍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5일 03시 00분


[6·4 국민의선택]
유권자들 “누가 나왔는지 잘 몰라”… 무공천했으면 ‘깜깜이 선거’ 됐을뻔

“기초선거 무공천이 이뤄졌다면 누구를 찍을지 정하기 힘들었겠다.”

4일 오전 투표소를 찾은 현모 씨(43·자영업·서울 도봉구)는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투표용지에 기표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시장 후보들의 얼굴, 이름은 신문, 방송을 통해 어느 정도 접했지만 구청장, 구의원 후보자는 대부분 모르는 인물이었던 것. 봤다고 해도 한두 장 분량의 공보물을 통해 후보를 제대로 알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현 씨는 “고민하다 결국 지지 정당 후보들을 찍었다”고 했다.

이런 상태에서 그나마 기초선거 정당공천이 없었다면 ‘깜깜이 선거’는 불을 보듯 뻔했을 것이다. 더욱이 이번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선거 운동이 사실상 실종됐었다. 안 그래도 기초선거 후보들의 인지도가 낮은데 선거운동까지 없었으니 제대로 투표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올해 들어 안철수 신당은 “대선 때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정치개혁 과제로 기초선거 무공천을 내걸었다. 새누리당은 대선공약을 접고 기초선거 정당공천으로 선회했지만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전신)은 양측의 눈치를 보다 무공천을 고리로 안철수 신당과 합당했다. 새정치의 명분이 기초선거 무공천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새정치연합 내부에선 “야당만 기초공천을 폐지하면 선거는 필패”라는 위기감이 고조됐고, “무공천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결국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통해 정당공천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기초선거 무공천 논의를 기억하는 유권자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많은 유권자들은 광역단체장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에 대해선 정당 투표 경향을 많이 드러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화여대 유성진 교수(정치학)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은 장단점이 팽팽하다”며 “충분한 연구, 공론화 과정 없이 정치적으로 접근한다면 똑같은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정당공천#지방선거#기초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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