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도지사 vs 정부 ‘60조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6일 03시 00분


[6·4 선거 이후/지방사업 예산갈등 예고]
지역공약 쏟아내놓고… 예산은 國庫만 바라보고…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17개 광역시도 단체장들이 공약 사업을 위해 임기 중 중앙정부에서 끌어오겠다고 약속한 국비(國費)가 60조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국가 예산의 5% 정도를 신임 광역단체장들의 공약 사업에 새로 투입해야 하는 셈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올 하반기 예산 편성 때 지자체들이 중앙정부 예산을 따내려고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국가 예산안이 누더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 국비 필요한 공약 4년간 60조 원

5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의 공약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당선자들은 올해부터 임기가 끝나는 2018년 6월 말까지 국비를 지원받아 20개 안팎의 대형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비지원 요청액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힌 사업만 합산해도 총 지원 요청액이 60조 원을 넘었다. 지원 요청액이 미정으로 돼 있는 사업까지 감안한 실제 지원 요청액은 이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 끝에 당선된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자는 20만 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에 4년 동안 총 8조2895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사업비의 40%를 차지하는 3조5330억 원을 국비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김관용 경북지사 당선자의 핵심 공약도 일자리 창출과 기업 투자 유치다. 6조 원이 넘는 사업비의 절반에 이르는 3조 원을 국비에서 끌어오려 한다.

대형 토목공사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들도 덩치가 크다. 새누리당 홍준표 경남지사 당선자는 ‘경남 미래 50년 성장동력 육성’이라는 프로젝트에 임기 중 총 31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는데 국비 투입 규모가 20조 원이다. 공무원이 많이 사는 세종시에서 당선된 새정치민주연합 이춘희 세종시장 당선자는 청와대 제2집무실과 국회 분원을 세종시에 설치하는 공약을 국비로 추진할 예정이다.

○ 지방 공기업이 부담 떠안을 수도


당선자들의 기대처럼 국비가 전액 지원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자체들이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중앙부처에 예산을 신청한 뒤 심사를 거쳐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부처 심사에서 탈락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과거 선거 이후 지자체에 지원된 예산을 보면 이전에 비해 지원규모가 별로 늘지 않았다”며 “예산 심사 때 선거용으로 급조된 사업들이 대부분 보류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약사업 추진 과정에서 국비를 따내지 못하면 지방 공공기관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사업을 떠안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무리한 공약→국비 지원 거부→지방 공공기관 사업 추진→지방 공공기관 부실 심화’라는 악순환 고리가 이어지는 셈이다.

실제 과거 지방선거를 통해 쏟아진 공약을 지방 공공기관들이 대신 추진함에 따라 전국 지자체 산하 396개 공공기관의 작년 말 부채는 74조 원으로 2008년보다 27조 원(56%) 증가했다.

○ 투자활성화 정책 명암 갈릴 듯

광역시도 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정부가 추진해온 투자활성화 정책의 명암이 엇갈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인천 경제자유구역에서 설립을 추진해온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사업이 대표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 자체를 반대해온 반면에 새누리당 유정복 당선자는 의료관광을 활성화해 경제자유구역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이 4월 규제개혁 과제로 검토하라고 지시한 ‘학교 앞 호텔 건립 규제 완화’ 작업은 난항이 예상된다. 학교 주변 유해시설 설치 심의 권한을 갖게 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이 사안과 관련해 호텔 건립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개발사업도 선거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개발 재추진 방침을 공약에 포함시키면서 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던 용산 일대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약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가 4월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와 송파구 잠실동 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한 이후 이미 호가가 수천만 원 올랐던 삼성동 잠실동 일대 부동산 시장은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광역단체장 당선자 공약#지방사업 예산#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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