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0 재·보궐선거 공천을 놓고 여야가 몸살을 앓고 있다. 대진표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는 만큼 누구를 ‘전략적’으로 차출하느냐를 놓고 서로 눈치 보기도 치열하다. 새누리당은 2일 서울 동작을, 경기 수원정(영통)을 전략공천지역으로 확정하고 김문수 전 경기지사,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징발에 착수했다. 부산 해운대-기장갑은 김세현 미래희망연대 사무총장과 배덕광 전 해운대구청장의 국민참여 경선으로 후보를 확정키로 했다. 공천 신청한 안경률 전 의원 등은 탈락했다. 여야 후보 중 실제 무대에 누가 설까. 태풍의 눈에 선 인물들의 이야기로 전망해 봤다. 》
▼ 최대 승부처 동작을, 與 “십고초려라도…” ▼
손사래 치는 김문수
새누리당이 서울 동작을에 내민 ‘회심의 카드’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사진) 영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삼고초려(三顧草廬)가 아니라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후보로 모실 것”이라고 밝혔다. “지사직을 떠난 1일부터 연락을 취하고 있고 김 전 지사 외에 차선책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배수진도 쳤다.
그러나 김 전 지사는 재·보선 불출마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한 핵심 측근은 이날 오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의 요청 이후 김 전 지사가 ‘이번 재·보선에 참여할 계획이나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아직은 스스로에 대한 변화와 혁신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 민심을 살피는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조만간 소록도 봉사활동 등 민생 현장을 둘러볼 계획이다.
김 전 지사 영입이 수포로 돌아갈 경우 이번 선거 수도권 공천의 ‘마지막 퍼즐’로 김 전 지사 카드를 고려했던 여당의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윤 사무총장은 경기 김포, 수원지역 출마설이 나돌았던 나경원 전 의원의 경우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해 공천 대상이 아니라는 뜻을 내비쳤다. 나 전 의원은 지인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지냈었는데 이제 와서 지역구를 떠나 재·보선에 출마하거나 전당대회에 나서는 것이 명분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보선과 전대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 “지역 벽아 무너져라”… 3번째 맨땅에 헤딩 ▼
호남 도전장 낸 이정현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 이정현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사진)이 다시 한번 호남권의 벽을 두드린다. 지난 17대 총선과 19대 총선에서 광주 서을 후보로 출마해 고배를 마신 뒤 세 번째 호남지역 국회의원 도전이다. 이번엔 지역을 바꿔 고향인 전남 순천-곡성을 택했다.
새누리당 공천이 확정된 1일 이 전 수석은 통화연결음인 ‘거위의 꿈’ 가사처럼 “꿈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앙당에서 한 사람도 내려오지 말고 언급도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집권당 후보가 아닌 ‘인간 이정현’으로 나 홀로 승부를 펼치겠다는 다짐이었다. 19대 총선 당시 시선도 끌고 지역 유권자를 부모처럼 모신다는 의미로 입었던 전통혼례복 ‘사모관대’는 입지 않는다. 대신 ‘고향 들꽃’ 전략을 편다. 동네 가게에서 산 점퍼에 주름이 펴질 새 없는 편한 바지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구석구석을 누비겠다고 했다.
2004년 총선에서 1.03%에 머물렀던 득표율을 2012년에 39.7%까지 끌어올렸던 이 전 수석이 현장에 뛰어들면서 선거 분위기도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공천을 신청한 서갑원 전 의원은 공개서한을 발표해 “이 전 수석의 지역구도 타파는 일회용 위장”이라고 날을 세웠다. 새정치연합은 서 전 의원 외에도 구희성 변호사, 노관규 전 순천시장, 조순용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경선을 치러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
▼ 또 安의 남자 심기?… 野공천 뜨거운 감자 ▼
내홍 중심에 선 금태섭
7·30 재·보궐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 동작을 공천을 놓고 ‘안철수의 남자’인 새정치민주연합 금태섭 대변인(사진)의 거취가 관심을 끌고 있다. ‘금태섭 전략공천설’이 촉발한 집안 싸움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때 윤장현 광주시장 전략공천 문제를 놓고 안철수 공동대표와 민주당 출신 의원들 간에 빚어졌던 내홍을 떠올리는 인사도 적지 않다.
허동준 동작을 전 지역위원장 등 새정치연합 예비후보들은 2일에도 기자회견, 성명 등을 통해 경선을 요구했다. 허 전 위원장은 금 대변인이 당의 ‘입’인 대변인직을 유지한 데 대해서도 “전략공천을 위한 일종의 특혜”라고 주장했다. 동작을 당원 30여 명은 이날 여의도 당사를 항의 방문해 “금태섭 단수공천은 필패 카드”라고 외쳤다. 서울시당위원장인 오영식 등 현역 의원 31명이 전날 전략공천에 반대하면서 허 전 위원장 지지 선언을 한 데 대한 후폭풍도 일었다. 동작을 예비후보인 강희용 정책위 부의장은 “국회의원들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는 있어도 국회의원 공천에선 그런 전례가 없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내홍이 확산되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금 대변인 전략공천은 전혀 정해진 바 없다”며 “외부 인사 영입 등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 대변인은 통화에서 “대변인직 유지는 당의 처분에 따른 것이다. 공천 방식에 대해선 지도부의 결정에 따르겠다”라고 말했다.
배혜림 기자 beh@donga.com
▼ 안방 공천신청 역풍… 野 “자진철회 설득중” ▼
시련의 계절 천정배
“‘천·신·정’이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요즘 나도는 얘기다. 천·신·정은 천정배 전 의원(사진), 신기남 의원, 정동영 상임고문을 뜻하는 줄임말. 15대 국회 입문 동기인 이들은 16대 국회 때 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의 정풍(整風) 운동을 주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때엔 여당(열린우리당)의 대표(정·신)와 원내대표(천)를 맡기도 했다. 그랬던 이들이 7·30 재·보궐선거 공천,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된 김형식 서울시의원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천 전 의원은 광주 광산을에 공천 신청을 했지만 당내 반발이 거세다. 4선 국회의원(경기 안산)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중진으로서 손쉬운 ‘안방’에 공천을 신청한 것은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도 공천 배제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2일 “스스로 공천 신청을 철회해줄 것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당의 중심을 잡기 위해 7·30 재·보선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뒤로 중진 배제론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있는 형국이다. 천 전 의원 공천 배제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정 고문의 공천 가능성도 크게 낮아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신 의원은 10년간 자신의 보좌관을 지냈고 지역구에서 서울시의원 공천을 해준 김 시의원 사건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신 의원은 1일 기자들과 만나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낙하산 누가 밀었나”… 전략공천 놓고 몸살 ▼
갈등 기름부은 최명길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최명길 전 MBC 부국장(사진)의 대전 대덕 보궐선거 전략공천설에 대한 반발 기류가 거세다.
2일 새정치연합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김종인 전 의원이 7·30 대전 대덕 후보로 최 전 부국장을 박영선 원내대표에게 추천했고, 당 핵심 관계자가 최 전 부국장을 접촉했다고 한다. 최 전 부국장은 대전고를 졸업했고 지난달 말 비공개로 공천 신청을 했다. 박 원내대표가 내려간 1일 권선택 대전시장 취임식에 최 전 부국장이 참석하자 전략공천설은 기름을 끼얹은 듯 불붙었다. 최 전 부국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당이 여러 차례 출마를 요청했다”며 “경쟁력 있는 후보에게 ‘나서 달라’고 하는 게 전략공천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김창수 박영순 송용호 송행수 예비후보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당의 진상 규명과 파행적 공천 철회를 촉구했다. 대전시당위원장인 이상민 의원도 2일 통화에서 “전략공천이란 후보가 없거나 월등한 경쟁력을 갖춘 외부 인사가 있어야 논의될 수 있지 않나”라며 “대전지역 당 소속 의원 전원이 그런 뜻을 지도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김한길 공동대표도 ‘대전 대덕의 전략공천은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 전 부국장 추천자로 거명된 김종인 전 의원도 황당해했다. 김 전 의원은 통화에서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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