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D-5]黨대黨 연대 없다더니… 후보사퇴로 ‘우회 야권연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5일 03시 00분


동작乙 기동민-수원丁 천호선 사퇴

“물러갑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울 동작을 기동민 후보(왼쪽)가 24일 오후 3시 국회 정론관에서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에 인사를 하고 있다. 2시간여 뒤 같은 장소에서 정의당 수원정(영통) 천호선 후보(오른쪽)도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뉴시스
“물러갑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울 동작을 기동민 후보(왼쪽)가 24일 오후 3시 국회 정론관에서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에 인사를 하고 있다. 2시간여 뒤 같은 장소에서 정의당 수원정(영통) 천호선 후보(오른쪽)도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뉴시스
새정치민주연합 서울 동작을 기동민 후보는 24일 오후 2시쯤 자신의 동작구 선거사무소에서 음성메시지 녹음을 하고 있었다. 25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사전투표에 유권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한 시간 뒤 국회 정론관에서 후보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캠프에서도 기 후보의 기자회견 직전까지 사퇴 결정을 알지 못했다. 일부 참모는 기자회견장에서 허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 갑작스러운 사퇴 결정, 왜?


기 후보는 이날 오전 7시 반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노회찬 후보가 요구하는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에 “쉽지 않다. 그것보다 신뢰가 중요하다”며 거부했다. 3시간 뒤 노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을 때도 여론조사가 아닌 담판을 고수했다.

그러나 기 후보는 밤새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극심했던 공천 파문도 그에게 부담이었을 것이다. 광주 광산을에 출마했다가 동작을로 전략공천을 받아 당내 분란이 일고, 20년 친분의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과 갈등이 불거진 데다 자신이 노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부하는 것으로 비친 최근 상황 때문이다.

기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일차적인 선거 심판 대상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인데 내 의견만 고집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고 생각했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측면도 외면할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노 후보가 사퇴했는데도 선거에서 진다면 기 후보는 명분도 실리도 잃고 정치적 미아가 될 우려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 후보는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는 노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나 적합도가 뒤졌다.

○ 체면 구긴 김한길-안철수

기 후보 사퇴로 새정치연합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가 체면을 구기게 됐다는 분석이 많다. 광주에 내려간 기 후보를 동작을로 끌어올려 한동안 적잖은 당내 반발에 시달렸음에도 기 후보가 사퇴해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선거의 유일한 서울 지역인 동작을에 제1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하게 되면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그동안 “(정의당과의) 당 대 당 야권연대는 없다”고 말해왔지만 공교롭게도 동작을과 수원병(팔달), 수원정(영통)을 ‘빅딜’한 모양새가 된 것이 두 대표의 신뢰도에 흠집을 냈다는 관측도 있다.

안 대표는 기 후보 사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안타깝다”고 했고, 김 대표는 “기 후보가 결단하기까지 겪었을 고뇌와 고독을 생각하면 대표로서 몹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허동준 전 위원장은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가슴 아파 죽겠다”고 했다.

○ 노회찬의 승부수, 통했다?

기 후보 측에서는 노 후보의 전략에 휘말렸다는 탄식도 나왔다. 캠프 관계자는 “노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를 들고 나올지 몰랐다. 시간을 끌자니 기 후보가 (노 후보의 사퇴나 기다리는) 나쁜 놈이 될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기 후보의 사퇴 선언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내) 사퇴서를 미리 써놨는데…. 오늘은 아우(기 후보)가 이긴 날”이라며 “새누리당을 심판해 달라는 기 후보의 뜻을 대신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 출마한 노동당 김종철 후보는 기 후보 사퇴 선언 직후 통합진보당 유선희 후보와 단일화를 이뤘다고 밝혔다. 노 후보는 김종철 후보와도 단일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노 후보는 “김 후보는 같은 당(옛 민주노동당)에 있었고 저와 인간적으로 가까운 분”이라며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기동민 사퇴#야권연대#천호선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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