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김대중(DJ) 전 대통령 가신그룹인 동교동계의 ‘4·29 재·보궐선거 지원 반대’로 초래된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표는 5일 박지원 의원(사진)과 만찬 회동을 하고 4·29 재·보선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박 의원은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로 돕도록 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문 대표에게 이날 하루는 롤러코스터 같았다. 오전 9시로 예정된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과의 만남이 1시간 전에 취소돼 파국을 맞는 듯했다. 그러나 9시간 반 뒤인 오후 6시 반 박 의원에게서 선거 지원 의사를 전해 들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문 대표의 강한 의지로 성사된 문-박 회동
문 대표와 박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만찬을 하며 1시간 4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선거전 초반 야권 분열로 전망이 밝지 않은 재·보선을 앞둔 문 대표에게 박 의원은 호남 지지층을 결집시킬 ‘키맨(key man)’이다. 특히 서울 관악을에 정동영 전 의원이 출마하면서 이 지역 호남 유권자의 표심이 결정적 변수가 된 상황이다.
문 대표는 지난달 31일 동교동계 인사 50여 명이 국립서울현충원 DJ 묘역에서 “권 고문의 당 후보 지원 반대” 결의를 하자 고심 끝에 3일 박 의원에게 회동을 제안했다고 한다.
당초 문 대표는 5일 오전 권 고문에게서 선거 지원을 약속받은 뒤 박 의원을 만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권 고문에게 양해를 구하면 박 의원이 (동교동계를 설득해야 할)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권 고문과의 회동이 무산되면서 박 의원과의 만찬도 미뤄질 것으로 보였지만 문 대표가 강한 의지를 보여 이날 밤 만남이 성사됐다고 한다.
○ “문 대표 기분 좋아 보였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만찬 후 서면 브리핑에서 “문 대표는 박 전 원내대표에게 4·29 재·보선에 대해 간곡히 도움을 청했으며 그간의 오해도 다 풀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박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논의된 사항에 대해서는 권 고문 등 몇 분과 협의하여 국민을 보고 명분 있는 선당후사의 자세로 정리해 연락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문 대표는 박 의원과의 만찬 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회동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최고위원은 “문 대표가 박 전 원내대표를 만나 이야기가 아주 잘됐다고 했다. 기분이 좋아 보였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동교동계가 2·8전당대회와 뒤이은 관악을 후보 경선 과정에서 입은 상처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 측 인사는 “박 의원이 ‘문 대표가 호남을 홀대하지 않는다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또 동교동계를 설득할 수 있도록 모양을 갖춰야 하지 않겠느냐’는 등의 이야기들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동교동계는 진정되는 분위기다.
동교동계 한 의원은 만찬 소식을 들은 뒤 “박 의원이 권 고문을 조만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며 “어려움이 있지만 ‘선당후사,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하라’는 DJ의 말씀을 따라 어떻게 하자고 권 고문이 이야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매주 화요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DJ 묘역을 참배하는 동교동계는 7일 오전 모일 때 선거 지원 여부에 대해 최종 논의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 동교동계 “문 대표, 진정성 보여야”
이에 앞서 권 고문은 이날 오전 9시로 예정된 문 대표와의 회동을 1시간 앞두고 전격 취소했다. 표면적인 회동 ‘연기’ 이유는 상임고문 및 최고위원들의 참석률 저조였다.
권 고문은 임채정, 김원기 전 국회의장에게 이날 오전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이유로 연기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격적인 회동 취소에는 권 고문의 선거 지원을 반대하는 동교동계 내부 기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양수 전 의원은 “권 고문이 참석하면 그동안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권 고문이 행동에 옮긴다고(선거 지원한다고) 보도될 것 아니냐”라며 “진정 어리게 (도와달라고) 꼭 하려면 그런 식으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문 대표가 진심이 담기지 않은 이벤트성으로 권 고문의 지원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자 “권 고문을 보쌈하려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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