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분열’이 승부 갈라… 성완종 리스트는 미풍에 그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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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聯 재보선 참패]
제1야당 심판한 표심

‘잔칫집’ 새누리당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 설치된 선거상황실에서 김무성 
대표(오른쪽)가 경기 성남 중원에서 승리한 신상진 의원의 사진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밝은 표정으로 박수를 치며 당선을 축하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잔칫집’ 새누리당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 설치된 선거상황실에서 김무성 대표(오른쪽)가 경기 성남 중원에서 승리한 신상진 의원의 사진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밝은 표정으로 박수를 치며 당선을 축하했다. 사진공동취재단
29일 실시된 재·보궐선거에서 승패를 가른 결정적 변수는 ‘야권 분열’이었다. 야권 후보가 분열된 3곳의 선거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모두 졌다. 선거 막판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성완종 리스트’는 선거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번 재·보선은 지난해 말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소속 의원 3명의 의원직이 박탈되면서 시작됐다. 올 3월 인천 서-강화을에서 새누리당 안덕수 전 의원이 의원직을 잃으면서 재·보선 선거구는 총 4곳으로 늘었다.

통진당 의원들이 당선됐던 지역구 3곳은 전통적으로 야권의 세력이 강한 곳. 광주는 명실상부한 야권의 ‘성지(聖地)’로 일컬어졌고 서울 관악을에서도 1988년 이후 현 여당 성향 의원이 당선되지 않았다. 경기 성남 중원은 옛 통진당의 핵심 세력인 경기동부연합의 근거지다. 모든 조건은 야당에 유리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에서 천정배 정동영 전 의원이 탈당한 뒤 출마했고 성남 중원에서 통진당 의원 출신 김미희 후보가 출마하면서 ‘야권 분열’이 현실화됐다. 선거 구도가 근본적으로 흔들린 것이다.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절대로 놓칠 수 없었던 광주 서을에서 천정배 의원이 당선된 것은 야권 분열의 파괴력을 단적으로 보여준 결과다. 당의 안방 격인 광주를 사수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문재인 대표는 4월 한 달 동안 7차례나 광주를 방문했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공천 과정에서 동교동계와 친노계가 갈등하면서 돌아서기 시작한 광주 민심은 끝내 새정치연합을 외면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반노(반노무현)’ 정서까지 더해졌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4선 중진 정치인인 천 의원이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낮은 자세로 선거운동을 한 것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광주시의원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천정배의 정치 인생을 우리 손으로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는 심리가 매우 강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의 인물 경쟁력도 천 후보에게 뒤졌다는 평가다.

서울 관악을에서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이 승리한 결정적 원인도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와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로 야권 표가 갈렸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당내 후보 경선 과정에서 패배한 김철수 양지병원장에게 비례대표 자리를 약속하며 끌어들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김희철 전 의원의 도움을 끝내 받지 못했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여권 실세 8명의 이름과 금액을 적은 메모를 남기면서 촉발된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이번 선거는 크게 출렁였다. 재·보선을 불과 20일 앞두고 사건이 불거지자 여당 내에서는 “이번 선거는 물 건너갔다”는 탄식이 나왔다.

야당은 이 사건 이후 ‘정권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는 29일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투표로 박근혜 정권의 경제 실패, 인사 실패, 부정부패까지 ‘3패’를 심판해 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파괴력은 미미했다. 새누리당을 넘어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야당 지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라는 호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며 “여권이 2007년 말 성 회장의 특별사면 문제를 놓고 공세를 펼치는 것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사건 초반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성역 없는 수사’와 ‘정치개혁’을 주문하며 선제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이 28일 와병 중에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 것도 새누리당 지지층 결집에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총선과 달리 재·보선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 데다 낮은 투표율 때문에 조직 표가 당락을 가른다는 ‘재·보선의 철칙’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여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재·보선은 철저히 지역 선거라서 중앙 정치의 이슈로 승부가 갈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새줌마(새누리당+아줌마)’를 캐치프레이즈로 사용하며 선거구별 숙원사업 해결을 약속한 새누리당의 ‘지역일꾼론’ 전략도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장택동 will71@donga.com ·한상준 기자
#야권#재보선#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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